우리나라 배우 이병헌과 할리우드의 전설 알 파치노의 '투샷'은 확실히 한국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 이병헌은 알 파치노의 옆에서도 자신만의 아우라와 존재감을 발휘했다. 다만, 영화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많은 점이 흠이었다.
25일 첫 공개된 영화 '미스컨덕트'(시모사와 신타로 감독)는 명배우들을 모았지만 기대만큼의 재미를 끌어내지는 못한, 다소 아쉬운 법정 스릴러였다.
이병헌의 다섯번 째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재벌 기업 회장 아서 대닝(안소니 홉킨스 분)의 비리를 파헤치는 벤(조쉬 더하멜 분), 그가 속한 대형 로펌의 CEO 찰스(알 파치노 분), 누구에게 고용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히트맨(이병헌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송과 음모, 술수를 그렸다.
영화는 반전이 주는 '긴장감'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개연성이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네 남자의 관계는 복잡하게 꼬여 있는데, 관객들이 이들의 관계와 사건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알 파치노와 안소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 이병헌 등은 강렬한 연기로 제몫을 해냈다. 특히 이병헌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도 죽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자연스러운 영어 연기는 기본이었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눈빛,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미스컨덕트'에서 이병헌이 맡은 역할은 미스터리한 히트맨이다. 오토바이크와 함께 등장하는 히트맨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존재감으로만 본다면 네 사람 중 가장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병헌은 할리우드 작품에서 액션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이번 영화 속 히트맨 캐릭터를 통해 영어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고 봐도 좋았다.
배우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미스컨덕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이병헌은 이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알 파치노와 연기를 한 것에 큰 의미를 뒀는데, 예비 관객들이 혹 두 사람의 '투샷'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잘 만든 미국판 '내부자들'을 기대한다면,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eujenej@osen.co.kr
[사진] '미스컨덕트'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