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미스컨덕트' 이병헌, 액션을 버려도 살았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3.25 18: 05

 이병헌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만 해도 그는 영화 '내부자들'로 연기 잘하는 배우의 가치를 톡톡히 입증했다. 감독판까지 합쳐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주인공이었던 이병헌의 미친 연기력이 호평을 끌어낸 작품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연기파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이병헌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아직 액션 연기에 능한 동양계 배우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가 출연했던 할리우드 영화들만 보더라도 '지.아이.조',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액션 장르의 작품들 위주였고, 그는 이 영화들 속에서 대사는 상대적으로 적고 액션은 많은 배역을 맡았다. 
25일 공개된 이병헌의 다섯번 째 할리우드 영화 '미스컨덕트'(시모사와 신타로 감독)는 그런 면에서 이병헌의 할리우드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미스터리한 인물 히트맨 역을 맡아 활약했다. 영단어로 히트맨(hitman)은 청부 살인업자를 뜻한다. 이름의 의미에 걸맞게 이병헌은 위험한 기운을 풍기며 대형 기업의 CEO(안소니 홉킨스 분), 대형 로펌 대표(알 파치노 분), 비리를 파헤치는 변호사(조쉬 더하멜 분) 사이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로 활약한다. 
'미스컨덕트'는 영화 자체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이병헌 사용법'에는 만족할만하다. 히트맨은 영화의 중간, 중간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주인공들을 압박한다. 네 주인공 중에서 분량은 가장 적지만, 존재감은 가장 독보적이다. 
이병헌의 능숙한 영어 대사 처리는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기울였던 배우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눈빛, 미세하게 변하는 표정 연기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은 굳이 동양인 배우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맡아서 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은 이병헌이 출연한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그를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과 배우의 말처럼 '미스컨덕트' 속 이병헌의 캐릭터는 지금까지 동양인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면이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eujenej@osen.co.kr
[사진] '미스컨덕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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