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앵그리맘' 고복동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신선한 마스크와 훤칠한 키, 대선배인 김희선과 '케미스트리'를 만들 줄 아는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할 것들을 다 갖춘 그는 우래 두고봐도 좋을 '블루칩'이었다. 배우 지수에 대한 얘기다.
청춘영화 '글로리데이'(최정열 감독)는 요즘 확 뜬 20대 남자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영화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만 해도 엑소 수호(김준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무명에 불과했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불과 1년 사이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로 성장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을 비롯해 KBS 2TV '프로듀사'와 tvN '두번째 스무살', '치즈 인 더 트랩'에 출연해 안방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김희찬 그리고 지수를 포함한 네 배우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청춘스타들이다. 이들을 일찌감치 캐스팅
한 감독의 심미안은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지수는 '글로리데이'에서 친구들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는 용비를 연기했다. 비극적인 사건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양심을 놓지않는 희망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대됐던 '글로리데이'는 청춘스타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던 작품. 그러나 지수는 "칭찬은 반만 듣는다"며 칭찬에 취하지 않고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겠다고 했다.
"문득 제가 너무 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떨 땐 별것도 아닌 말을 확대해석 해서 취해보기도 하고요. 그럴수록 뭔가 한편으로 찝찝했죠. 원래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해보는데, 그런 면에서 칭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고민을 했어요. 너무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무의식적으로는 칭찬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반 정도 듣는 게 적절하겠다 정리했죠."
대답에서도 엿보이듯 지수는 생각이 많았다. 생각이 많다는 건 욕심이 많다는 것이고, 욕심이 많다는 건 열정적이라는 거다. 그가 가진 모든 복잡한 생각은 연기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벌써 '글로리데이'를 네번 쯤 봤다는 그는 보면 볼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더 보게 된다고 했다. 너무 연기를 못한 것 같아 감독과 최정열 감독과 한 시간 반 가량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첫번 째 봤을 때는 제가 찍은 영화지만 영화로 보였어요. 되게 슬펐고, 울기도 했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게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내가 찍은 영화인데 내가 울 수 있나?(웃음) 두번 째 볼 때도 먹먹하고, 이제 좀 괜찮은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지금까지 네번 째 보는 것 같은데요. 세번 째 때쯤 볼 때부터 영화가 냉정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제는 아예 영화로서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고, 제가 한 것에 대해서만 보이더라고요. 그 전에는 어느 정도, 내 자신에게 80% 이상은 만족한다고 생각 했는데 이번에 갔을 때 그 때의 생각과 갭이 너무 커서 충격이었어요. 스트레스였고요. 부분 부분 만족하는 장면도 있지만, 70%를 못 한 거 같았어요."
배우의 고민은 컸지만, 실제 지수를 포함한 네 배우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몰입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정도로 안정적이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지수, 수호, 류준열, 김희찬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지수는 세 배우와 함께 서로 칭찬을 많이 해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실제 이들은 일명 '변요한 사단'이라 불리는 젊은 배우 무리(?)를 구성하는 핵심 멤버들이다.
"(김)준면이 형 같은 경우에는 배우로서 진중한 면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배우보다 더 배우 답다고 할까요? 더 열심히 하고 하나라도 더 시도해 보려고 하죠. 마음 자체가 이미 배우에요. 첫 작품이긴 하지만, 그전부터 연기를 배웠고, 되게 맑은 정서를 갖고 있어요."
칭찬이 시작된 김에 류준열과 김희찬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까운 친구들인 만큼 이야기는 술술 나왔다.
"지공이형(류준열 극 중 배역)은 멀티테이너의 느낌이 있어요. 뭐든 적정선까지는 잘 해요. 습득력도 빠르고요. 맏형으로서 우리를 되게 즐겁게 해줘요. 분위기 조성은 맏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맏형 덕분에 친구 같으면서도 재밌게 해줘서 그 촬영 내내 추억을 많이 쌓았어요. 그 형 자체에서는 청량감. 섹시함, 세련된 코미디 감각? 그런 것들이 많이 존재해요."
"희찬이 형은 연기를 대할 때 진중한 편이에요. 대본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하고 섬세한 그런 것들이 있어요.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런 면도 잘 담아내고요. 섬세한 게 강점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연기로 잘 녹여내고 그런 것들이요."
현재 '글로리데이'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주토피아' 등 외화들의 무서운 공세 속에서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내용이지만, 젊은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을 받은 덕이다.
배우로서 지수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생각이 많은만큼 진솔하면서도 멋진 대답이 나왔다. 그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고 제가 생각하는 건 두 가지에요. 하나는 다 아시다시피, '저 배우라면 내가 믿는다. 저 배우의 작품이라면 좋겠다, 기대된다', 이런 의미가 있고, 그 역할로서 믿어진다라는 뜻이에요. 힘들어 보이는 역할이더라도 저 배우가 한다면 믿어지더라, 이런거요. 어떤 역을 해도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나아가서는 좀 어려운 건데요, 이게 더 어려운 것 같긴 한데...(웃음)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