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도 '국가대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첫 번째 명단에 이병헌의 이름이 올라야 할 것이다. 잘생긴 외모와 연기력, 남다른 분위기와 아우라, 뛰어난 외국어 능력까지 많은 장점을 가진 이병헌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공공연히 '자랑하고 싶은 배우', '해외 스타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배우'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은 할리우드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2009년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거쳐 최근 '미스컨덕트'까지 그간 이병헌이 출연했던 유명 영화들이 이를 증명한다. 과연 그의 어떤 매력이 한국을 넘어 해외 영화 관객과 관계자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 '수출용' 배우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는 이병헌의 매력을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분석해봤다.
1. 연기력
이병헌의 연기력은 여러 영화를 통해 입증됐다. 가장 최근 작품은 '내부자들'로 그는 이 영화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안상구는 무식해 보이지만 불타는 복수심을 가진 인물로, 이병헌은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의 열연은 '내부자들'이 감독판을 합쳐 천만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이루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데뷔 당시 X세대를 대표하는 잘생긴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계기로 '연기파 배우'라는 인식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번지점프를 하다', '달콤한 인생', SBS '올인' KBS 2TV '아이리스' 등의 작품에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내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올인'과 '아이리스'는 이병헌에게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을 안겨준 작품. 또 그는 제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악마를 보았다'로 영화대상을,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 외모
데뷔 초 이병헌은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매컬리 컬킨을 닮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그의 외모는 전형적이기보다 이국적인 미남형으로 여겨진다. 까만 피부와 조각을 낸 듯 입체적인 이목구비와 특유의 그윽한 눈빛은 그가 일본에서도 '뵨사마'로 불릴 정도의 인기를 안겨줬고, 미국에서도 여러 영화에 캐스팅되는데 도움이 될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발휘했다.
3. 언어 능력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병헌은 한국 배우 최초 시상자로 초대됐다. 시작 전 '백인 잔치'라는 비난을 받았던이번 시상식에서 이병헌은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무대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에 트로피를 전했다. 당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병헌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었다.
이병헌은 영화 '지. 아이.조-전쟁의 서막'을 찍을 당시에만 해도 현장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 자신의 별명이 '왕자'였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었다.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현지에서 쓰는 말에는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 그러나 그는 다섯 편의 작품을 연이어 찍으며 브루스 윌리스, 시에나 밀러 등 배우들과 친분을 다졌고, 특히 '지.아이.조2'와 '레드2'를 함께 한 브루스 윌리스와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동료 배우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없는 지금, 이병헌은 차기작 걱정 없이 할리우드 영화에 연이어 출연을 결정, 걱정할 필요없는 의사소통 능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4. 팬덤
이병헌은 2000년대 배우 배용준과 함께 대표적인 한류 스타였다.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과 '올인' 등을 통해 '뵨사마'라는 별명을 얻게 된 그는 특별히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재밌는 사실은 할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의 캐스팅에 이 막강한 팬덤이 한몫했다는 점이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이병헌이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아닌,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할 당시 4만여명의 팬들에 둘러싸였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할리우드 역시 상업적인 곳이라는 점, 한류스타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병헌의 입지가 아시아 시장을 고려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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