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열불이 난다. 김지호와 장인섭, 사이에 낀 윤진이 때문에다. 일단 '가화만사성'이고 뭐고 두 사람 이혼부터 시키고 싶다는 게 공통된 시청자 반응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 9회는 변함없이 당당한 불륜녀 주세리(윤진이 분)의 모습이 분노를 유발했다. 유부남인 봉만호(장인섭)과 바람나 아이까지 낳고, 그것도 모자라 집으로 살겠다고 들어온 이 황당한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봐야 하는 것일까.
시청자보다 더 짜증이 나는 쪽은 역시 극중 봉만호의 아내 한미순(김지호)이다. 아는 동생에서 불륜녀로 급선회한 주세리의 도발도 보기 싫을텐데, 아기에 빠져드는 시댁 가족들을 보는 심정은 또 어떨까. 사람이 좋은 것도 유분수지, 이대로 두면 곧 자리까지 주세리에게 뺏길 분위기다. 더욱이 작품 속 주세리의 악행이 왠지 사랑을 받기 위한 귀여운 작전(?)처럼 펼쳐지는 것까지 모두 다 밉상이다.
'가화만사성'이라는 주제를 고려한답시고 결국 한미순과 봉만호가 예전 모습으로 회복하고, 주세리까지 한집에서 사는 참극이 나오지 않기를 많은 이는 간절하게 바라는 분위기다. 실상 이것은 불륜 미화 수준이 아니고, 황당무계한 설정에 보는 내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짜증을 유발하게 만들 뿐이다.
한미순-봉만호 부부의 일을 보고 있자면, 그나마 봉해령(김소령)과 유현기(이필모) 부부의 불륜과 불화가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여기도 빨리 이혼을 속행하고, 봉해령과 서지건(이상우)이 떳떳하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건 분명하다. '가화만사성'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시청자들은 극중 정상정이지 않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이혼을 응원하게 된 모양새다. / gato@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