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배트맨은 크리스찬 베일, 악당은 히스 레저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지난 24일부터 베일을 벗고 상영 중이다. 뚜껑을 연 '배트맨 대 슈퍼맨'은 쾌속 흥행에도 영화적 재미 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크다. 호불호와 평의 갈림이 큰 특징이다. 그래도 잭 스나이더의 전작 '맨 오브 스틸'보다는 좀 더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벤 애플렉이 분하는 배트맨이었다. 벤 애플렉은 어딘가모르게 쇠약해진 중년의 배트맨으로서는 매력을 최상위로 끌어올렸지만 당초 알려진 것처럼 '역대급 존재감'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함이 있다.
개봉 전 벤 애플렉의 새로운 배트맨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가 내부 시사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고 벤 애플렉에 대만족했으며 이로 인해 주연을 맡은 벤 에플렉을 주축으로 한 배트맨 트릴로지 솔로무비도 계획하고 있음이 알려졌던 바다.
이 소문은 전세계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높였고 벤 애플렉이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찬 베일의 뒤를 이을, 혹은 뛰어넘을 배트맨으로 탄생할 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팬들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일단,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속 배트맨이 슈퍼맨보다 분량이나 매력도 면에서 월등하다는 일부 루머는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헨리 카빌이 분한 슈퍼맨은 배트맨과 벌이는 '신과 인간의 대결'에서 범접하기 힘든 포스를 보여주며 인간 슈퍼맨으로서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로 여성들의 마음을 낚아챈다. 영화 속 배트맨에게는 로맨스가 철저히 삭제됐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배트맨의 신화를 좀 더 채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상상 이상의 대결에서 결국 허무함(더 나아가서는 코믹함)을 느꼈다는 관객들도 상당하다. 탄탄한 줄거리 없이 훌륭한 액션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이가 든' 배트맨이 갖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다만 그래서인지 옷 잘 입는 모던한 악당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가 너무 애송이같아보이는 면도 있다(원래 잭 스나이더 감독은 극 중 캐릭터들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렉스 루터 역도 중견배우를 섭외하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의 벤 애플렉은 아직까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잔상을 지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히스레저의 조커는 두말할 필요 없이. 물론 007 시리즈 역시 처음에는 새 배우가 캐스팅 되면 기존의 제임스 본드에 못하다는 욕(?)을 먹으며 성장해왔지만 말이다. / nyc@osen.co.kr
[사진] '배트맨 대 슈퍼맨', '다크나이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