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외모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배우만큼 또 있을까. 외모 때문에 연기가 가려진다면 배우로서는 그 만큼 아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비주얼 때문에 연기력을 저평가 당해 왔거나 그럴 우려가 있었던, 하지만 이것을 이겨낸 국내외 스타들을 살펴봤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는 늘 얼굴에 가려져 천재적이라고 부를 만큼의 압도적인 연기가 저평가되는 배우라 여겨졌다. '로미오와 쥴리엣', '타이타닉'의 풋풋한 꽃미남 인상이 너무 강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길버트 그레이프', '토탈 이클립스' 같은 영화들에서 그 연기파의 느낌을 십분 발휘했었던 바다.
외모 때문에 아카데미 수상도 고질적으로 못하는 것이란 안타까움이 담긴 억측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로 외모가 부각되지 않는 역할들을 골라왔다는 얘기도 있다. 외모가 빛나건 이상하건, 언제나 몰입도 만큼은 최고인 것을 보여준 디카프리오는 드디어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됐다.
- 강동원
언제나 비주얼 대표 배우로 꼽히는 강동원은 언제나 외모에 대한 시선이 과하게 쏠리는 배우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비주얼이 언제나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과거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순박한 청년이나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검은 사제들'의 젊은 사제 캐릭터는 그의 외모 덕을 톡톡히 입었다. 강동원이야말로 비주얼과 본인의 연기적 개성이 톡톡한 시너지를 내는 케이스다.
강동원은 방송에서 본인의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진다거나 역할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냐는 질문에 "나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걸 깨는 것도 내 역량이고 도전하는 것도 나의 몫인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 나 스스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 원빈
원빈도 잘생긴 외모 덕에 연기가 저평가 된 것을 시원하게 벗어던진 대표 배우다. 본격적으로는 2000년 드라마 '꼭지' 때부터. 장발의 아이콘이었던 원빈이 삭발을 하니 보다 남자다워지고 배우 냄새가 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원빈의 '파격 오브 파격' 도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저씨'가 된 원빈의 복귀가 기다려지는 것도 그가 이렇게 쌓아놓은 배우로서의 신뢰감과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 김민희
이번에는 여배우다. 패션에 대한 열정이 배우를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김민희 역시 사실 패셔니스타의 영역에 많이 머물러있었다. 모델 출신 배우가 이제는 상당히 많지만 김민희 같은 경우는 더욱 모델의 색깔을 벗기 힘들어보였다. 초반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의 영향도 있었다.
그런 그가 때때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부터 곧잘 연기를 하는 배우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여배우의 진입이 힘든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배우로 주목받은 것은 '화차' 때부터다. '김민희의 재발견'이란 말이 흘러나왔고 재빠르게 김민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후 연애의 감정을 재치있으면서도 밀도있게 그려낸 영화 '연애의 온도'를 거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홍상수 감독의 뮤즈가 되며 말그대로 여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풍기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아가씨'를 오는 6월 선보인다.
- 스칼렛 요한슨
할리우드 대표 섹시 미녀로 꼽히는 스칼렛 요한슨도 육감적인 외모와 섹시한 얼굴 때문에 연기력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에 속했다. 2003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골든글로브 후보로 올랐지만, 그 이후 시상식과는 관련이 현저히 적어보였다. 하지만 시상식을 제쳐두고서라도, 스칼렛 요한슨은 고만고만한 여배우가 아니다. 외계인으로 등장한 영화 '언더더스킨'을 보면 그는 자신이 가진 환상적인 몸매를 어떻게 연기로 써야하는 지 아는 것 같다. / nyc@osen.co.kr
[사진] 영화 '로미오와 쥴리엣', '검은 사제들', '우리 형', '화차', '루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