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주말드라마 '장영실'이 장영실(송일국 분)의 죽음을 다시 한 번 그려내며 지난 26일 24부로 종영됐다. 송일국에 의한, 송일국을 위한 드라마였던 '장영실'은 끝까지 감동적인 스토리와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장영실'은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를 만들어 내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국내 최초의 과학 사극 드라마를 표방했다. 이에 제작진은 장영실의 업적을 쉽게 이해시키고 또 리얼하게 그리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이는 곧 가족들이 둘러앉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밤하늘의 별을 비롯한 영상미가 뛰어났으며, 죽은 아버지와의 대화 등을 통해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많이 느끼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송일국은 노비로서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인정 받는 과학자가 되기까지, 한평생 과학 발전을 위해 애쓴 장영실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사실 '장영실'은 방송 전부터 송일국 캐스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당시 송일국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와 함께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해신', '바람의 나라', '주몽' 등을 통해 '사극 전문 배우'라 불리는 송일국이 오랜만에 사극으로 복귀를 한다고 하니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부응하듯 송일국은 매회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무예를 뽐내던 명장이나 카리스마 가득한 왕 캐릭터로 상남자적인 면모를 부각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설움을 간직한 천민 계급의 순수 청년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 온갖 고난을 이겨내면서 재능을 인정 받아 해시계, 물시계 등을 만들어내는 그의 과학을 향한 열정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송일국의 감정 연기 역시 일품이었다. 오열과 분노, 설렘과 기쁨 등 다채로운 감정으로 장영실이라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또한 위기의 순간에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소현옹주 역의 박선영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 애틋함을 전했으며, 세종 역 김성경과도 죽이 척척 맞는 찰떡 호흡을 과시해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비록 큰 화제를 모은 건 아니지만 방송 내내 줄곧 두 자리 시청률을 얻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역시나 송일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나는 순간까지도 장영실의 업적과 숭고한 넋을 기린 제작진의 노력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다. /parkjy@osen.co.kr
[사진] '장영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