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공연인데 그렇다고 아이돌스러운 공연은 아니었다. 환상적인 라이브,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웃음폭탄 가득 실은 콩트와 즉석 코멘트까지. 신화이기에 가능한 공연이 올해도 체조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게 바로 신화의 콘서트다.
27일 오후 5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신화의 데뷔 18주년 기념 콘서트 '히어로'가 열렸다. 이미 26~27일 이틀간 2만 석이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됐던 바. 현장에는 신화창조 주황색 군단으로 가득했다. 불이 꺼지니 현장은 그야말로 주황색 불바다를 이뤘다.
오프닝에서 신화 멤버들은 "18년 동안 변함없이 우릴 지켜준 고마운 주황색 영웅들. 이제 우리가 만나러 갑니다"고 인사했다. 교복을 입고 1998년 데뷔 때로 돌아간 신화는 이내 '엔드리스 러브'와 '유어 맨'으로 공연장을 후끈 달궜다.
신화의 이번 공연 타이틀은 '히어로'. 영웅을 뜻하는 이 말은 2002년에 발표된 신화의 노래이자 18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자신들을 스스로 칭찬하는 표현, 그리고 그 곁을 오래도록 지켜준 팬들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이날 만큼은 모두가 히어로였다.
이를 기념하는 듯 '히어로'를 비롯해 '마네킹', '영건즈', '하우두 아이세이'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마네킹'을 제외하면 이 곡들은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것. 어느새 30대 중반이 된 신화이지만 데뷔 초를 떠올리며 앙증맞은 안무까지 멤버들은 팔색조 매력을 자랑했다.
신화의 콘서트가 매번 '레전드'로 꼽히는 건 멤버들의 센스가 '넘사벽' 수준이기 때문. '늘 내가 원하는 것은' 무대에선 에릭이 전진에게 고백하듯 랩을 했고 '더 데이즈'에선 멤버들이 아예 가사를 '충재'로 바꿔 프러포즈했다. '돈 크라이'까지 감성 무대인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신화의 개그감은 자타공인이다. 중간중간 코멘트 외에 미리 찍어둔 VCR은 한 편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같았다. 코끼리코 돌고 떡 먹기, 트럼플린에서 밥 먹기, 이미지 게임 등도 신화가 하니 특별했다. 단언컨대 '개그콘서트'보다 웃겼다. 당연히 공연장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30대 후반의 신화이지만 트레이드마크인 현란한 퍼포먼스는 녹슬지 않았다. '올라잇', '디스 러브', '퍼펙트 맨'에서 멤버들의 에너지는 폭발했다. 노련미까지 더해져 볼거리는 풍성했다. 팬서비스 확실한 신화 덕분에 신화창조 팬들은 온몸으로 음악을 즐겼다.
신화와 팬들과 호흡은 장난이 아니었다. 무려 18년 동안 우정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 '열병', '기브잇2미', '렛잇고', '아직 못다한 이야기', '잼#1', '오!', '보야지', '원스인어 라이프타임'까지 오래된 명곡부터 최신곡까지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 부르는 '떼창'은 일품이었다.
마지막까지 신화와 신화창조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에너지를 받은 듯 열정적으로 춤 추고 노래했다. 지난해 음악 방송 10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표적'과 메가히트곡 '브랜뉴'가 엔딩곡이라 더욱 그러했다. 신화는 18년간 쌓은 내공을 무대 위에서 모두 쏟아부었다.
덕분에 팬들로서는 눈과 귀, 웃느라 입까지 즐거운 공연이었다. 매년 3월,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신화의 콘서트를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명불허전 공연돌, 신화는 올해도 '엄지 척'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