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과 유이가 연인으로 호흡하는 MBC 주말극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은 재벌남과 보통녀의 극적인 만남,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암 환자, 정략결혼 등 뻔하디 뻔한 결말이 예상된다. 하지만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여타 드라마라면 ‘또 신데렐라 콤플렉스냐’ ‘재벌남 지겹다’ 등 시청자들의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텐데 8회까지 방송된 ‘결혼계약’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니 재미있고 심지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며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통속적인 소재지만 절제된 대사와 탁월한 영상을 통해 수준 높게 리얼리티를 살렸기 때문이다. 막장의 향기가 나지만 연출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다. 작가 역시 캐릭터를 몰입할 수 있게 그려내 한쪽 방향으로만 목소리를 높이거나 선동하지 않게 했다. 시청자들의 기대 욕구에 맞춰 작품성을 높인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극중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서진과 유이의 감정 라인에 빠져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심리적인 충족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전략본부장 한지훈, 어린 딸을 키우는 싱글맘 강혜수를 연기하며 깊이 있는 사랑을 나누는 연인 사이로 등장한다. 17살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통속적이지만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tvN 예능 ‘삼시세끼’를 통해 까다롭지만 따뜻한 면모를 드러내온 이서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츤데레’ 캐릭터를 한껏 살리고 있다. 겉으론 차갑지만 가족의 사랑이 그리운 재벌남을, 세련되게 표현해 유이와 사랑의 곡예를 펼친다.
아직 20대인 유이도 싱글맘 역할을 적절하게 소화하고 있다. 앞서 방송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 이후 두 번째인데 그간의 내공이 쌓인 듯 모성애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제 절반을 달려왔다. 앞으로 남은 8회동안 재벌남-평범녀의 사랑이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게 흘러가길 기대해 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결혼계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