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가 낚시방송으로 1위를 하다니. 워낙 그를 향한 기대와 관심이 높긴 했지만 낚시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우려되는 건 있었다. 보통 낚시는 ‘지겹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지겹다고 하는 낚시방송을 이토록 맛깔나게 만들었다.
역시 이경규를 ‘예능의 대부’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방송에 끌어와 1위까지 하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껏 ‘마리텔’ 출연자들을 보면 크게 긴장하고 다양한 걸 준비해 치열하게 방송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예능무덤’이라고 부를 만큼 MBC ‘무한도전’ 멤버 박명수도 ‘마리텔’을 통해 ‘웃음사망꾼’이 됐고 정준하도 1위를 하긴 했지만 큰 재미를 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경규는 달랐다. 데뷔 36년이라는 시간에서 오는 여유로움은 당연하고 젊은 네티즌들과 소통하며 재미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했다. 여전히 감은 살아있고 웃기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한때 침체기가 있기도 했지만 이경규는 올해 자신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MC가 아닌 패널로도 활동하며 그의 진가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것.
지난 27일 다음팟을 통해 생중계된 ‘마리텔’ 방송에서도 이경규는 특유의 여유로움과 재치로 방송을 이끌어갔고 전반전 1위까지 했다. 낚시방송이라 지겨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경규의 낚시방송은 계속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경규는 ‘마리텔’ 첫 출연 당시 스튜디오가 아닌 자택에서 반려견들과 방송을 진행한 것에 이어 낚시방송도 스튜디오 밖에서 진행했다. 이경규는 초반 ‘입’으로 낚시를 한다는 반응을 받았을 정도로 낚시에 성공하지 못하고 계속 말만 했다. 하지만 이는 방송을 하고 있는 만큼 안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붕어가 안 잡히자 밝은 조명과 시끄러운 걸 이유로 들며 불평하기도 하고 “개들과 했던 방송이 좋았다”고 그리워했지만 이경규는 쉴 새 없이 얘기하며 붕어 잡기를 시도했다. 딱히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언제 붕어가 잡혀 올라올지 모르는 기다림과 이경규의 입으로 하는 낚시, 거기다 이경규가 직접 제안한 방송하는 동안 붕어 20마리를 못 잡으면 수영복을 입고 입수하겠다는 벌칙까지 이상하게 기다려지고 궁금하게 해 다른 채널로 돌릴 수 없게 했다.
이경규라 가능한 ‘낚방’(낚시방송)이었다. 어쩌면 지겹고 재미없었을 낚시방송. 하지만 중독성 강한 방송으로 만든 이경규. 그의 방송에는 한계가 없다. /kangsj@osen.co.kr
[사진] MBC ‘마리텔’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