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노잼’이다. 분명히 콘텐츠는 ‘노잼’인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경규가 강아지들과 누워서 신개념 ‘눕방’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그 지루하다는 낚시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그런데 묘하게 꿀이다. 비결은 여유와 재치 넘치는 입담일 테다.
이런 것이 내공이고, 예능 대가의 품격이다. 콘텐츠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내겠다는 배짱이기도 하고.
이경규는 지난 27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붕어 잡이에 나섰다. 이날의 콘텐츠는 ‘낚시’. 붕어 20마리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 뿐이다.
그간 ‘마리텔’에 출연한 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은 특화된 자신의 장기를 내세워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를 봤다. 화제를 모을 만한 게스트를 출연시키기도 하고 풍성하게 방송을 꾸며 시청자들을 모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경규는 어떤가. 콘텐츠는 강아지 분양, 붕어 낚식 전부였고, 게스트라고 한다면 강아지 몇 마리와 낚여 올라온 붕어 몇 마리가 유일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경규의 방송에 몰려들었다. 비결은 소통. 데뷔 36년 내공이 물씬 풍기는 특유의 여유와 재치가 한번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을 꽁꽁 묶어둔 것. ‘입으로 낚시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입담 하나가지고 방송을 이어나가며 웃음 포인트들을 만들어냈다.
붕어가 잘 잡히지 않자 괜히 밝은 조명과 주변의 시끄러운 상황을 이유로 들며 툴툴대는 모습도 웃음을 유발했다. 이경규는 직접 ‘방송하는 동안 붕어 20마리를 못 잡으면 수영복을 입고 입수하겠다’는 벌칙까지 내걸었데, 이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좀처럼 몸을 쓰지 않는 그가 찬물에 입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아직 그가 입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붕어 18마리가 잡힌 상황에서 전반전이 종료됐기 때문. 여기까지의 결과는 역시 이경규의 1위.
그간 '마리텔'에는 요리가 특기인 셰프들이 출연해 요리를 선보이고, 안무가 들은 춤을, 작사가는 작사를 선보였다. 이경규도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이 특기인 그가 특기를 발휘한 것이다. 1위는 당연했다. 재미없는 콘텐츠로도 '꿀잼'을 만드어낸 비결이다./joonamana@osen.co.kr
[사진] OSEN DB.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