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아저씨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개그맨 이경규의 이야기다. 그는 '예능황제‘, ’예능 대부‘라는 별명으로 각인되어있지만 실상은 옆집 아저씨처럼, 거실에 누워있는 아버지처럼 대중에게 다가왔다. 희극인 이경규는 MBC '양심 냉장고’, ‘몰래카메라’, KBS ‘남자의 자격’ 등을 거쳐 이미 최고 전성기를 지나왔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경규는 지난 2015년 말부터 다시 상승가도를 타더니 이제는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1위까지 점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버럭 경규’ 낮은 자세를 갖춘 희극인
이경규는 ‘버럭 경규’라는 애칭 아닌 애칭으로 개그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단독 MC로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남자의 자격’ 같이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에서도 중심축과 '대선배' 역할을 맡았다. 이경규보다 나이가 많은 희극인도 물론 있지만 이경규는 현역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개그맨으로 후배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런 그가 지난 2015년 연말에 MBC '무한도전 : 예층 총회“에 패널로 등장했던 건 신선한 장면이었다. 그는 유재석·김구라와 같은 후배 개그맨들에게 호통을 치면서도 ”이제는 패널로 불러줘도 간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고 ”MBC와 2016년 계획이 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로 내부 사정을 속 시원히 펼쳐보였다. 그런 다짐 때문이었을까. 이경규는 3월 27일 방영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하는가 하며느 ’마리텔‘에는 다른 콘텐츠로 다시 한 번 모습을 비췄다.
* ‘귀차니즘’ 뒤에 자리한 이경규의 진심과 전문성
‘마리텔’은 희극인들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웃음 사망꾼’ 박명수를 탄생 시키고, 김영철을 비롯한 인기 개그맨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구라의 경우는 매번 콘텐츠를 바꾸고 게스트와 합작하는 식으로 방송을 진행했기 논외다. 그래서 이경규가 ‘마리텔’에 나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또 웃음 사망하나”라며 걱정하기도 하고 ‘노잼’(재미없을 것)일 것 같다고 짐짓 예측했다.
이경규는 그런 예상을 단박에 불식시켰다. 진심과 전문성의 승리였다. 그는 겉으로는 귀찮음을 표현하고 허세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또한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임을 알게 했고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자신의 애견들과 방송에 나와 꾸밈없는 애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생방송에 참여한 네티즌의 의견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렇게 26일 방송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고, 27일 다음팟 생방송에는 낚시로 콘텐츠를 바꿔 중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붕어 20마리를 잡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낚시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 시청자 쥐락펴락! 예능 황제 이경규의 ‘마리텔’ 정복기
이경규는 연예계 데뷔 36년을 맞은 베테랑 희극인이다. 그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감각은 ‘마리텔’을 쥐락펴락했다. ‘아저씨 스타일’이고, ‘맘에 안 들면 보지 말라’식으로 툴툴거리지만 실상은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며 소통하려 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콘텐츠는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여유 있는 진행,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은 시청자를 끌어 들였다. ‘보여주기 위한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도 즐기는 방송’을 만들어갔다.
그는 애견 프렌치 불도그 뿌꾸의 새끼들이 인기에 한 몫을 했지만 새끼들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집을 촬영장으로 삼는 센스를 발휘했다. ‘애견 편’ 생방송 말미에는 새끼 강아지 분양 후보들 중 누가 결정됐는지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 결과는 본 방송에서 확인 할 수 있게 했다. 또 2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마리텔 ‘낚시 편’에서는 붕어 20마리를 결국 잡지 못해 ‘실패 시 입수’라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옷을 벗는 중 방송이 종료됐다. 결국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안은 채 본방송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경규는 무한도전에서 “내가 패널로 들어가면 너희는 끝이야!”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진짜 패널로 나서 이경규만이 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송도 하고 시청자의 요구 수용도 잊지 않는 그의 감각에 ‘갓경규’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경규의 시대가 다시 한 번 도래 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gruon@osen.co.kr
[사진] MBC 무한도전 캡쳐, MBC 마이리틀텔레비젼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