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세경은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사극 ‘육룡이 나르샤’에서 남자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했다. 육룡 중 유일한 여자 분이 역을 맡아 열연했던 신세경은 그만의 카리스마로 극을 이끌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MBC ‘선덕여왕’, SBS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육룡이 나르샤’까지도 신세경과 호흡을 맞추는 이유는 여기 있었다. 극 중 엄마 연향(전미선 분)을 그리워하는 눈빛이나 남매사이인 땅새(변요한 분)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하는 신세경의 섬세한 연기력은 분이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신세경은 아역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력을 ‘육룡이 나르샤’에서 터뜨렸고 ‘신세경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니고 나온 건 틀림없었다.
- 당당하고 진취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드라마에서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분이가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고 보기 힘든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작가분이 분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한데 그렇게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비해 나는 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내 연기에 점수는 못 매기겠다. 분이는 어쨌든 나의 능력으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로 크고 깊은 캐릭터였다.
- 현장에서의 불합리함은 없었는지?
내가 촬영이 많지 않았다.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기도 전에 끝난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이 한 게 없어서 기특하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 유아인과의 러브라인에 아쉬움이 있지 않은지?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이방원과 분이의 사랑을 따라가는 드라마가 아니다. 나는 시청자들이 일상적으로 봐왔던 사랑 이야기와는 달라서 좋았다. 오히려 연인 이상, 나아가서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깊고 큰데 다시는 이런 느낌의 멜로 라인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 이방원에게 분이가 갈수록 불편해지는 존재였는데 분이에게 이방원은 어떤 존재였나.
불편한 존재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쉬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중간에 이방원의 변화와 신분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어쨌든 정황상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방원을 따끔하게 혼내지 못하는데 마음 한켠에 이전의 이방원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있었다. 분이는 이방원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방원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어서 분이가 어떻게 더는 보듬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만 손을 놓아 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존재다.
- 함께 연기한 배우 중 이상형이 있는지?
윤균상은 다정다감하고 변요한은 든든하고 유아인은 섬세했다. 세 분 중에 이상형이 없다. 사실 나는 이상형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세 분 중에 꼽기는 어렵다. 신경수 감독님?(웃음)
- 변요한과 남매 케미가 좋았는데 다음 작품에서 러브라인 하면 어떨지?
남매케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호흡이 좋았다. 다음에 러브라인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감히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 좋은 배우인 것 같다.
- 분이 캐릭터를 잘 표현한 때와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 돌려보고 싶은 장면은 첫 등장했을 때 때칠하고 있을 때가 좋았다. 아쉬운 것들은 너무 많다. 그건 나 혼자 알고 있겠다.(웃음)
- 분이가 후반부에서는 활약이 적었는데 아쉽지 않았는지?
아쉽다기보다는 당연한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분이가 때리고 싶은 사람을 때릴 수 없듯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능동적으로 나서서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사는 목적은 놓치고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다작하는데 공백기를 못 견디는 편인지?
내가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게 나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면서도 아주 오래 푹 쉬어야겠다고 주장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쉬는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만족할 만큼 내 시간을 누렸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 스케줄 모두 끝난 후 제일 하고 싶은 것?
알람 안 맞춰 놓고 자고 싶다. 그거 정말 기분 좋지 않냐. 그리고 전주가고 싶다. 친구들은 많이들 갔다 왔더라. 고속버스 멀미해서 기차로 갔다 오고 싶다.
- ‘육룡이 나르샤’를 하면서 배운 건?
나 혼자 나서서 드러내려고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가 어떻게 버무려지느냐를 배웠던 것 같다.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을 만큼 한 게 아니지만 또 다른 작품 속에서 어우러지는 걸 배운 것 같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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