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가 모두 베일을 벗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첫 방송을 한 세 드라마는 일단 시청률은 크게 격차가 나지 않은 상황. 절대 강자도 없고 절대 약자도 없다. 휴먼 코믹을 내세운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 자극적인 복수극의 MBC ‘몬스터’, 흥미로운 사극인 SBS ‘대박’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3사 드라마가 지난 28일 첫 방송을 한 가운데 일단 시청률은 ‘대박’이 승기를 잡았다. ‘대박’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1.8%를 기록, KBS 1TV ‘가요무대’(12.9%)에 이어 2위를 했다. 3위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로 10.1%, 4위는 ‘몬스터’로 7.3%를 기록했다. 시청률에서는 ‘대박’이 두 드라마를 꺾고 근소한 차이로 웃은 상황. 다만 세 드라마의 시청률 격차가 크지 않아 어느 한 드라마가 크게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반응 역시 취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세 드라마의 특색이 각각 다르다. 일단 ‘대박’은 왕좌를 둘러싼 두 남자의 운명 같은 대결을 그린다. 첫 방송은 불행의 씨앗인 숙종(최민수 분)이 복순(윤진서 분)을 얻기 위해 복순의 남편인 백만금(이문식 분)과 거액의 내기판을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도박판을 배경으로 하지만 도박 이야기가 아닌 정치 권력을 다룰 것으로 보이는 바. 숙종 역을 맡은 최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이 드라마의 주역인 장근석, 여진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빈 공간 없이 가득 채웠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대박’의 흥미로운 요소였다. 첫 방송은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빛을 발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코믹과 휴먼 요소가 적절히 녹아 있었다. 잘나가는 검사였다가 음모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조들호(박신양 분)가 앞으로 소시민을 위한 변호사로서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시청자들이 원하는 통쾌한 정의 구현이 앞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방송은 박신양의 짠하면서도 웃긴 코믹 연기가 돋보였다. ‘장르가 박신양’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과한 게 아니었다. 검사부터 노숙자까지 이날 보여준 박신양의 폭넓은 연기는 드라마의 흥미를 확 높였다.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사극이나 복수극과 맞대결을 펼치는 바람에 최약체일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과 달리 월화드라마 시청률 2위를 한 것 역시 박신양의 힘이 컸다.
‘몬스터’는 자극적인 재미가 있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인 변일재(정보석 분)에게 맞서 싸우는 남자 강기탄(강지환 분)의 복수극을 다룬다. 첫 방송부터 이 드라마는 기탄이 억울하게 나락으로 빠지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달됐다. 일재를 비롯해서 돈과 권력에 눈먼 이들이 기탄 가족을 도탄에 빠지게 만드는 충격적인 전개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단 극성은 세 드라마 중 가장 세서 몰입도는 높았다. 다만 이 같은 극성이 센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곳곳에 드러나는 허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할 것인지가 향후 드라마의 인기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