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희빈 장옥정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인물로 그려졌다. 현명하고 인자함은 세종, 냉혈한은 세조, 영조는 꼬장꼬장함의 대명사로 묘사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조선 역사상 숙종 만큼 다혈질이었던 임금도 드물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8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에서는 숙종(최민수 분)이 등장해 극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냈다. 팩션(팩트와 픽션의 합성어로, 역사 속 사실과 상상력을 접목해 하나의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장르)을 표방하고 있는 드라마임에도 숙종의 성격이 놀랄만큼 철저히 고증됐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노여움을 잘 냈던 숙종의 화병 증세가 자세히 기록돼 있었으며, 그 고약한 성미에 모후인 명성왕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대박’에서는 이 같은 숙종의 ‘독불장군’ 캐릭터가 제대로 드러났다. 자신의 활솜씨를 보며 ‘전하 나이스샷’을 연발하는 대신들을 향해 “계속 듣다 보니 속이 다 거북하다”며 “적당한 때에 적당히 쓸어버려야지”라고 낮게 읊조리는 모습은 오금이 저릴 만큼 서늘해다. 또 첫눈에 반한 복순(윤진서 분)을 어떻게든 차지하기 위해 그의 남편 백만금(이문식 분)을 제거하려 하는 이기적임은 물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름판에 앉는 배포까지 보여 줬다. 우아하지만 오만한 숙종만의 눈빛은 덤이다. 사실 이 모두는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각종 사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숙종의 실제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목들이었다.
역사 속 숙종은 이미 중학생의 나이에 수렴청정 대신 친정을 선포했으며, 당파싸움이 치열하던 당대에 거물 송시열을 제거해 버린 불도저 같은 정치인이었다. 채 서른도 되기 전 선왕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던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린 숙종은 조선 왕조에서 매우 드문 적장자 중 한 사람이라는 적통성을 무기 삼아 강력한 왕권을 유지한 임금이기도 했다. 게다가 역사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환국 정치를 통해 신권을 제대로 견제한 왕이 숙종이다.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숙종의 엄청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여기에 후일 숙빈 최씨가 되는 복순과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까지 추가되니, 숙종이 ‘대박’에서 보여줄 모습들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진짜 숙종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과 최민수의 열연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대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