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0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이다. 한국 뮤지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마타하리’가 본격적으로 관객을 찾을 준비를 마쳤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는 뮤지컬 ‘마타하리’(29일 개막) 프레스콜이 열렸다. 1막까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시작으로 배우들은 개막 소감 등 뮤지컬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마타하리’는 20세기 초 파리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화려함을 예고한다.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의 이야기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됐는데, 국내에서는 소설 ‘여명의 눈동자’의 여주인공 여옥이 마타하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채시라의 캐릭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뮤지컬로는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던 바. 이에 ‘하이스쿨 뮤지컬’, ‘올리버’를 연출한 제프 칼훈이 연출을 맡아 야심차게 무대에 올리게 됐다. 캐스트도 화려하다. 주인공 마티하리 역에 옥주현, 김소향이 캐스팅됐으며, 아르망 역에는 엄기준, 송창의, 레오(빅스)가 이름을 올렸고, 라두 대령 역은 류정한, 김준현, 신성록이 맡았다. ‘모두 주연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캐스트인 것.
이날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시연은 약 50여 분 진행됐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마타하리(김소향·옥주현 분)가 ‘사원의 춤’을 선보였다.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유혹적인 춤사위였다. 특히 인도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동양적인 요소를 결합시켰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배가됐다.
프랑스 비밀정보국의 최고 책임자 라두(신성록·김준현 분) 대령은 마타하리의 분장실을 찾았다. 스파이가 돼 달라는 것. 요청을 거절한 그녀에게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학대받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마타하리는 결국 스파이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심란한 마타하리는 센느 강을 거닐었고 그곳에서 아르망(레오·송창의 분)을 만났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렸다. 마타하리는 아르망에게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놨고, 아르망은 그녀의 모든 것을 끌어안았다. 비극적인 전쟁 속에서 이별하게 된 마타하리와 아르망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상황이 비극으로 치달을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배우들의 호연은 당연한 듯 빛났다. 폭발적인 가창력의 옥주현을 비롯해 검증된 김소향, 송창의, 신성록, 김준현은 믿고 보는 무대를 꾸몄고, 지난 2014년 뮤지컬 무대로 영역을 넓힌 레오 역시 안정적인 노래 실력을 뽐냈다. 특히 그가 연기한 ‘순정남’ 아르망은 제 옷을 입은 듯 어울렸다.
배우들이 스스로 밝힌 관전 포인트는 뭘까. 특히 옥주현은 폭넓은 음역대를 사용한 넘버를 꼽았다. 사람을 취하게끔 만드는 음악이라는 것. 그녀의 말처럼 풍부한 소리가 ‘마타하리’의 필살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레오는 배우들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아직 뮤지컬 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마타하리’는 배우들의 호연과 스태프들의 협업, 콘텐츠의 힘으로 국내를 비롯해 세계 시장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