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과 ‘병맛’의 만남은 옳았다. 진지할 줄만 알았던 연기신 박신양은 코믹에도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어려울 줄만 알았던 법정물은 쫀득쫀득한 전개와 예상 못했던 반전으로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했다. 침체됐던 KBS의 월화극을 살릴 주인공이 드디어 등장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2회는 지난 1회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쳤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각성에 성공한 조들호(박신양 분)가 극을 종횡무진하며 활약을 펼쳤기 때문.
앞서 조들호는 지난 1회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쓴 뒤 거지로 전락, 길거리를 전전하며 과거의 화려했던 검사 생활은 완벽히 등진 듯 했다. 하지만 같은 보육원 출신의 동생 강일구(최재환 분)의 죽음으로 악의 무리에 복수를 다짐, 변호사로 법정에 돌아오게 됐다.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조들호는 은조(강소라 분)과 함께 변지식(김기천 분)의 공동 변호인을 맡았다며 막무가내로 법정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태. 그야말로 맨 몸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조들호는 검사 시절부터 입증된 뛰어난 언변과 빠른 두뇌회전으로 폭풍 같은 변론을 늘어놓으며 법정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또한 예상치 못한 검찰 측의 증거로 불리해지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라며 판사에게 휴정을 요구하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이에 판사 이준강(정규수 분)은 “3년 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게 배 아프다는 말이냐”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조들호는 “진짜 배가 아프다”라며 뻔뻔한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 역시 새 작전을 짤 시간을 벌기 위한 그의 전략이었던 것.
조들호의 뻔뻔함은 제 아무리 사채업자라고 해도 당해낼 수 없었다. 조들호는 사무장 황애리(황석정 분)와 함께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배대수(박원상 분)의 사무실을 찾아 다짜고짜 사무실을 빌려달라고 우겼다. 애초에 그의 동의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배대수의 칫솔로 이를 닦고 따뜻한 물은 안 나오냐고 따지는 등 이미 완벽하게 눌러앉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
이처럼 다소 엉뚱한 그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 결과가 사이다 같은 통쾌한 승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심신미약으로 주장하자는 은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하던 조들호는 마침내 변지식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듦과 동시에,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이를 덮고자 했던 검찰 측의 무능함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 내려놓은 채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신양 덕이다. 코믹한 듯 진지하고, 진지한 듯 엉뚱한 조들호 캐릭터는 박신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새 작품에 임할 때마다 ‘역대급’을 탄생시키는 박신양의 본격적인 활약은 이제부터다. 복잡해지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박신양이 앞으로 보여줄 매력은 어떤 것인지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