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될 상", "이 놈은 필시 왕이 될게야" 태어나자마자 운명이 뒤바뀐, 그래서 억세게 사나운 인생을 살게 된 한 남자 아이. 바로 장근석이다. 화살에 맞아도 살아나고 벼랑에서 떨어져도 살아났다. 그야말로 하늘이 보살피는 천운을 타고났다. 게다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갓난아기부터 연기를 잘하니, 비록 조선의 왕은 되지 못해도 '연기왕'은 될 운명이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 박선호)은 천하와 사랑을 놓고 벌이는, 왕의 잊혀진 아들 대길(장근석 분)과 그 아우 영조(여진구 분)의 한판 대결을 그린 팩션 사극이다. 지난 28일과 29일 방송에서는 숙종(최민수 분)과 이인좌(전광렬 분)를 중심으로 살벌한 정치판이 그려졌다.
숙종은 무수리 복순(윤진서 분)을 빼앗기 위해 만금(이문식 분)과 내기를 펼쳐 승리했고, 복순은 승은을 입게 됐다. 이 모든 건 이인좌의 계략이었다. 그리고 6개월 뒤 복순은 사내 아이를 낳았다. 육삭둥이라기엔 지나치게 건강한 아이에 궁 안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결국 복순은 이수(송종호 분)에게 부탁해 아들을 빼돌렸다.
숙종, 이인좌도 가만 있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찾아 죽이거나 빼돌리라는 명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직면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만금은 크게 기뻐했고, 이후 아이에게 개똥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하지만 개똥이가 왕의 아들임을 알게 된 만금은 벼랑에서 울며 아이를 던져 버렸다. 그럼에도 개똥이는 크게 울며 목숨을 부지했다.
이제 개똥이에게 마지막 남은 시련은 이인좌의 화살이다. 개똥이가 죽고 사는 건 이인좌가 내놓은 패를 뽑아야 하는 만금의 손에 달렸다. 물론 공개된 예고편만 봐도 개똥이는 무사히 장성했고, 복순 역시 숙빈 최씨가 되어 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내기가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이유는 개똥이의 목숨을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내기와 연기 대결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짜릿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스케일과 사소한 것도 내기로 만드는 쫄깃한 전개, 흡입력 높은 연출 등 '대박'을 봐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으뜸은 배우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탄탄한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왕이 될 사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운명에 휘말린 아기 개똥이마저도 상황에 걸맞게 울고 웃고를 반복,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이 아기는 훗날 장근석이 되어 명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장근석은 걸쭉한 사투리를 쓰고 도망을 다니는 것은 물론 첫 눈에 반한 담서(임지연 분)에게 "그 쪽은 개똥이 색시여. 딴 생각 말어"라고 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3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대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