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평일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 암흑기가 끝났다.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과 완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기 때문. 지난 해 연말 연기대상을 누가 받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던 KBS 드라마의 햇볕이 쨍쨍하게 들었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방송 2회 만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일단 시청률이 올랐고 SBS ‘대박’과의 격차를 줄였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지난 28일 첫 회에서 10.1%를 보였던 이 드라마는 2회에서 11.4%를 나타냈다. 동시간대 1위인 ‘대박’(12.2%)과의 격차가 0.8%포인트까지 좁혔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재밌는 드라마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음모에 놓여 모든 것을 잃은 남자 조들호(박신양 분)가 변호사가 된 후 서민들을 위한 삶을 살면서 악의 축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안방극장이 좋아하는 정의 구현인데다가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져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박신양의 연기를 보는 것.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박신양은 휘몰아쳐야 하는 순간과 웃겨야 하는 순간의 강약 조절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는 에피소드 형 이야기 전개가 젊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중.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이 높은 이유다. 더욱이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도 이 드라마의 호재다. KBS는 지난 해 ‘힐러’를 끝으로 시청률에서 재미를 본 드라마가 없었다.
간간히 화제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좋은 평가는 챙겼지만 동시간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월화드라마 잔혹사라고 불릴 정도로 드라마마다 씁쓸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KBS 월화극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더욱이 최근 ‘무림학교’의 조기 종영과 ‘베이비시터’의 혹평 후에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KBS로서는 더 큰 즐거움이 될 터다.
수목드라마는 그야말로 ‘태양의 후예’가 점령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 가장 뜨거운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30%를 넘겼다. 2012년 ‘해를 품은 달’ 이후 평일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 중에 시청률 30%를 넘긴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가 유일하다. ‘태양의 후예’는 그야말로 시청률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관련 기사들이 쏟아질 정도로 ‘태양의 후예’는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고 벌써 30여개국의 나라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KBS는 ‘태양의 후예’ 종영 후 이례적으로 3일 연속 특집 방송을 준비할 정도로 인기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쯤 되니 아직 이른 시기이긴 해도 KBS 연기대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지난 해 연말 예능국에서 만든 ‘프로듀사’가 아니었다면 조촐한 시상식이 될 뻔 했던 KBS는 올해 연초부터 큰 드라마 2편이 잇따라 터지면서 올해 연기 대상이 ‘망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물론 누구를 줘야 하나 고민이 많은 해가 될 수는 있겠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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