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원은 순수하게 배역에 몰입하는 타입이다. 한 번 배역에 빠지면 "카메라 앞에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몰입해 작품이 일상을 잠식할 정도다. 오는 4월 7일 개봉하는 '날 보러와요'(이철하 감독)는 강예원에게는 첫번 째 스릴러 영화였다. 이 영화를 위해 그는 친했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고, 촬영장에서는 정신병원에 감금된 여자 수아에 몰입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웃사이더가 됐다.
강예원은 30일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배역에 몰입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 때는 내가 이러다 암에 걸리겠다는 생각에 내가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릴러 영화를 하신 분들은 남자들이 많다. 한 분, 한 분 찾아서 (어떻게 견디느냐고) 묻고 싶었다. 전도연 선배님도 이런 작품을 많이 하시는데, 만나서 이렇게 연기하시는데, 건강이 괜찮은지 여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어두운 배역에 몰입해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외로움을 즐기기까지 할 정도였다고. 강예원은 "이렇게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됐다. 이걸 찍고 가보니 다시 가고 싶더라. 찍고 나서도 집에 가고싶지 않았다. 그 정신병원 안에서 난 여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촬영 당시 폐가 안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 있으면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고, 스태프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 방에 있으라고 하더라. 밥도 혼자 먹고, 다 이런 시간으로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 먼지구덩이가 되게 익숙했다. 사람들이 고생한다고, 뭐가 고생이지? 나는 먼지가 안 보인다. 눈에 더위가 안 느껴지더라. 옷이 좋고 끈적한 피도 안 힘들더라. 어느 순간 익숙해진거다"라며 "현실이 두렵더라. 지금처럼 밝게 어떻게 사나? 더는 웃는 걸 못하겠는데, 어떻게 웃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한 대를 내 앞에 세워두면 그 자리에서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미친 사람으로 간 거 같더라"고 밝혔다.
영화를 찍을 당시는 배우 오민석과 '우리 결혼했어요'를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내가 단순하고, 잘 믿고 훅 빠져드는 건 알고 있지만, 다다음주에 '우결'을 찍으러 가야하는데 못 찍겠더라. 그래서 한 주 미뤘다. 부탁인데 한주 미뤄달라고 했다"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과 영화 촬영의 병행이 힘들기도 했음을 알렸다.
이 고생을 하면서 '날 보러와요'를 택한 이유는 여성이 중심이 된 스릴러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영화들이 있지만, 여자 캐릭터는 대부분 소모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며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 이 영화는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멀쩡한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 영화를 시작하며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설명이었다. /eujene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