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다. 믿고 보는 사극이라는 말에서 붙여진 ‘사극 전문 배우’가 이전 그를 가장 대표하던 수식어였다면, 최근에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붙여진 ‘대한·민국·만세 삼둥이 아빠’일 터. KBS 1TV 드라마 ‘장영실’을 마친 송일국을 만나 아빠로서와 배우로서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일국은 작품이 끝난 후 인터뷰한 건 처음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긴장감은 이내 지웠다. 대하사극치고는 비교적 짧은 24부작 ‘장영실’을 끝낸 소감에 “이렇게 짧은 사극은 처음이다. 하다 만 것 같다. 지금까지 사극 촬영 중에 체력적으로는 제일 쉽게 했다”며 너스레를 떤 것. 그런 그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었는지 인터뷰 현장에서 실제로 우렁찬 발성을 선보였다. 이에 기자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극중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도 겪었고, 이지훈과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어려운 대사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엔지 한 번 낼 정도로 대사가 어려웠다. 천체용어에 익숙해질 만하니까 음악으로 빠졌다”며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관보다는 무관의 이미지가 강했던 송일국은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의 과학을 발전시킨 장영실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배우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삼둥이에게도 선물이 되는 작품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이 훗날 커서 추억할 장면도 만들어냈다. 극중 혼란스러운 민란 장면에 삼둥이가 카메오로 출연한 것. 이와 관련해 송일국은 아이들이 한동안 ‘옛날 사람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송일국은 “아이들은 제가 극중에서 맞는 장면이 나오면 울어야 하는데 좋아한다. 평소에 짓궂게 놀아줘서 그런가 보다”라며 웃음 지었다.
배우 아빠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셋 중 하나라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어머니도 저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제가 하고 싶은 하고 살았다. 저의 아이들도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게 하고 싶다. 그런데 셋 다 배우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며 웃음 지었다.
아버지가 아닌 배우로서 가장 재능을 보이는 아이는 누구냐는 질문에는 만세를 꼽았다. 그는 “걔는 사람을 들었다놨다한다. 감성도 제일 풍부하다. 아내가 한 번 상갓집을 다녀왔는데 대한이랑 민국이는 ‘왜 죽었냐’고 질문하면 만세는 완전 다르게 접근한다. ‘엄마 슬프겠다’라고. 감성이 확실히 다른 애 같다. 한 배에서 동시에 낳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지 키우는 입장에서는 조금 힘들지만 재밌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작품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아버지의 마음이 다 이런 건가 싶었다. 그는 “이제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다 하려고 한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정말 돈이 많이 든다. 죽을 것 같다. 이제 똥오줌 가릴 때가 아니다”며 웃음 지었다.
실제로 앞서 영화 ‘타투’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현재 ‘플라이 하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도 파격적이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삼류건달’ 역인 것. 그는 “평가는 제가 하는 건 웃기긴 하지만 하면서 느끼는 건데 코믹스러운 연기도 되더라. 그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