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지상파의 위기라고 한다. 케이블 채널 tvN이 최근 지상파 3사의 PD는 물론이고 작가진을 두루 영입해 막강한 제작진을 갖추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반면 지상파 드라마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봤던 것 같은 스토리만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시그널' 때는 특히 심했다. 만약 '시그널'이 SBS에서 만들어졌다면 이 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이 빈번하게 나왔다. 방송 후반에는 극 내용으로 의견이 분분하긴 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최근 지상파 드라마도 얻기 힘들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3연속 성공을 이뤄냈다. 이 때문인지 김혜수, 고현정, 전도연 등 영화에서 볼 법한 톱스타들이 대거 tvN 드라마 출연을 결정지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상파 드라마가 케이블처럼 새로운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 동시 방송이 주 이유이긴 하지만 각 방송사마다 100% 사전 제작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하는 드라마도 여럿 제작하고 있다. SBS는 최근까지 시청률과는 별개로 사회 문제를 꼬집는 동시에 재미와 쫄깃한 긴장감까지 충족시키는 장르물('신의 선물', '마을' 등)을 만들어내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기도 했다.
또한 신인 작가와 PD들을 육성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상파 3사 모두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배출하는 동시에 단막극 제작으로 드라마 퀄리티를 한단계 더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KBS는 오랫동안 드라마스페셜을 제작해 왔는데 이를 통해 '학교2013'의 이현주 작가, '직장의 신'의 윤난중 작가, '비밀'의 유보라 작가 등 알짜배기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냈다. PD들 역시 단막극을 통해 입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3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하며 신드롬을 이뤄내고 있는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백상훈 PD 역시 단막극을 통해 역량을 쌓아왔다.
이에 발맞춰 SBS도 최근 선굵은 단막극을 계속 제작해왔는데 미니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장르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최근 OSEN에 "단막극과 같은 경우엔 작품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극본이 좋다면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됨 없이 지원을 하고 있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MBC는 웹을 조금 더 활성화 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윤두준, 김슬기 주연의 '퐁당퐁당 러브'다. 이 드라마는 이미 천만 클릭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시즌2 제작 요구가 쇄도하고 있어 앞으로의 선전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케이블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 사극도 지상파는 꾸준히 제작을 하고 있는데 SBS는 최근 '육룡이 나르샤'라는 영리한 팩션 사극 한편을 완성해냈다. 50회 내내 높은 완성도를 유지했던 '육룡이 나르샤'가 의미 있는 건 '뿌리깊은 나무'와 완벽하게 이어지는 프리퀄 드라마였다는 점이다. 또 그 후속작으로는 도박을 전면에 내세워 '조선판 타짜'라 불리는 '대박'이 순항중인데 이 드라마 역시 감탄을 자아내는 세트와 화려한 연출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KBS 역시 꾸준히 정통 사극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정도전' 이후 이렇다 할 재미를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최근 종영된 송일국 주연의 '장영실'은 아름다운 영상과 장영실의 업적을 기리는 탄탄한 스토리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사극이었다는 평을 얻었다.
분명 같은 패턴과 소재의 드라마가 넘쳐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복수극이 즐비하고, 변호사 혹은 검사가 주인공이 되어 정의를 찾아가는 법정물도 상당 수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 안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중 예술이기에 시청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금 더 새롭고 도전적이며, 의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