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만우절이 또 다가왔다. 영화 팬들에게 4월 1일은 만우절이 아닌 아시아 스타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슬픈 날이다. 벌써 세상을 떠난 지 13년. 13주기를 맞이하는 올해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 홍콩 스타에 대한 한국 팬들의 애틋한 추모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 객실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 해 47세였던 톱스타의 죽음은 홍콩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홍콩영화 붐이 뜨거웠던 만큼, '영웅본색'(1986), '천녀유혼'(1987), '아비정전'(1990),'패왕별희'(1993), '해피투게더'(1997) 등 작품 속 장국영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의 슬픔이 컸다. 당시 장국영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각국 팬들은 대부분 만우절 유언비어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이후 비보가 사실로 밝혀지자 충격은 배가 됐으며, 그를 따라 한 모방자살이 여러 건 일어나 사회적 파장이 컸다.
공교롭게도 2003년 홍콩에서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치명적인 전염병 사스(SARS)가 유행하고 있어 장국영 죽음의 비극성은 더 컸다. 그의 추도식에는 사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팬들이 찾아와 애도를 표했고, 이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국영의 자살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동성연인과의 삼각관계, 우울증 등이 언급됐고, 공식적으로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 장국영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일각에서는 타살설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음모론도 적지 않다.
장국영이 남긴 마지막 영화는 '이도공간'(2002)이다. 원혼들이 등장하는 공포·스릴러 영화였던 탓에 장국영이 우울증을 앓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극 중 등장하는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라는 대사는 그의 비극적인 생애와 결부돼 종종 회자된다.
죽은 스타는 말이 없다. 다만 영원한 47세, 아시아 팬들의 아름다운 연인으로 남게 된 그를 향한 그리움 만이 짙어질 뿐이다.
한편 국내 팬들의 그에 대한 사랑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장국영 13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인 '금지옥엽'과 '첫사랑'이 VOD 서비스를 시작했고, '성월동화'는 오는 31일 무삭제 감독판으로 재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성월동화'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