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의 연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현재 출연 중인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에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의 온도차가 긴장을 자아낸다.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켰다하는 것처럼 선과 악이 달라지는 듯한 연기에 압도된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김강우는 선우 건설 사장 민선재(김강우 분) 역을 맡았다. 이 인물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해칠 만큼 섬뜩한 캐릭터다. 택시기사인 아버지 민용재(이대연 분) 밑에 자랐지만, 아버지를 창피하고 하찮게 생각한다. 용재는 상류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 그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더욱 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지난 30일 방송된 5회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버지의 전화가 오자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용재는 선재에게 “끊지 말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 점을 봐 선재는 용재의 전화를 평소에도 자주 무시해왔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도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된 차 안이다. 이를 통해 선재는 용재와 함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투도 냉기가 뚝뚝 흘렀다.
선재가 적대시 생각하는 인물은 둘 있다. 용재와는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살기가 느껴진다. 선재가 이끄는 선우그룹의 계열사 선우유통 백은도(전국환 분) 사장 앞에서는 그 어떤 허점도 내보이지 않으려 한다. 김강우가 표현한 이때의 선재는 기 싸움에서도 지지 않으려는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였지만 짓밟고 넘어서야만 하는 차지원(이진욱 분) 앞에서는 가장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이다. 핏발이 서있는 눈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얼굴이라 더욱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났다.
이들과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 윤마리(유인영 분)의 앞에서다. 꿀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을 보낸다. 앞서 보여줬던 선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겠지’라는 유행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처럼 김강우는 누구와 호흡하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온도 차이를 보였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은 없다. 누구나 선한 부분과 악한 부분이 공존한다. 그래서 이중적이고 복잡한 인물이 최근에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사거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기엔 두 배 이상 힘이 든다.
이런 복잡한 캐릭터를 김강우는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하고 있다. 설득력 있게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준 김강우에 시청자들은 캐릭터에 대한 연민도 느낄 정도. 여기에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면모로 여심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