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야 만나게 된 여동생 이민정을 바라보는 오연서의 모습이 이토록 뭉클하고 가슴 아픈 건 지금껏 탄탄하게 쌓아온 극 전개와 배우의 열연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아쉽지만 오연서의 진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극본 노혜영, 연출 신윤섭)는 두 저승 동창생들의 좌충우돌 이승 귀환기를 그려낸 휴먼 판타지 코믹 드라마로 정지훈과 오연서가 각각 김영수(김인권 분), 한기탁(김수로 분)이 환생한 이해준, 한홍난을 연기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선진백화점의 차재국(최원영 분)과 얽혀 있는 인물들로 불의의 사고로 한 날 한 시에 죽고 말았다.
이대로 죽기는 억울해서 두 사람은 역송체험을 신청했고, 그렇게 이해준과 한홍난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기탁은 김영수와는 달리 여자로 돌아오게 되는 바람에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걸쭉한 말투에 팔자걸음을 걷고 있지만 핵주먹은 사라진지 오래. 이 과정에서 오연서는 김수로를 연상케 하는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현재 한홍난은 한기탁의 여동생이라고 주위 사람을 속이고 자신의 첫 사랑인 송이연(이하늬 분)의 재기를 돕고 있다. 그런데 지난 30일 방송된 11회에서 반전이 하나 공개됐다. 바로 한기탁의 진짜 여동생이 김영수의 아내인 신다혜(이민정 분)였던 것. 이 사실을 정지훈(윤박 분)에게 전해 들은 한홍난은 한달음에 신다혜의 집으로 달려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신다혜를 바라봤다. 그리고 "오랜만이다. 한홍난"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역송체험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정체 발설 금지이기 때문. 결국 모든 슬픔과 아픔을 떠안아야 하는 인물은 한기탁이 되는 셈이다. 죽어서야 그토록 그리워하던 여동생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살았던 송이연의 진심을 알고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됐으니 이처럼 짠내나는 인생이 있을까 싶다. 이제 환생한 한기탁, 즉 한홍난은 사랑하는 두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남은 시간동안 다시 가열차게 달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연서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미 '돌아와요 아저씨' 속에서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 연기는 물론 깊이가 느껴지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연서이기에 앞으로 남은 5회 동안의 활약 역시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비록 시청률은 경쟁작인 KBS '태양의 후예'는 물론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도 밀려 너무나 아쉬운 기록을 내고 있지만, '돌아와요 아저씨'가 지금껏 보여준 색다른 재미와 높은 완성도, 가슴 따뜻한 메시지 등은 그 자체로 값진 의미를 가진다. 시청률에 좌절하지 않고 남은 회차를 무사히 마무리 짓는, 뚝심을 발휘해주길 애청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돌아와요 아저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