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영 상사의 인기가 끝없이 올라가고 있다. 13년 만에 이런 날이 올 줄 진구는 알았을까?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그런 면에서 분명 진구의 '인생작'이다.
진구는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 분)와 절친한 특전사 선임 상사 서대영 역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특전사사령부 사령관 윤중장(강신일 분)의 딸이자 군의관인 명주(김지원 분)와 사랑하는 사이인데, 그동안 윤중장의 반대로 연인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애정공세를 거부해왔었다.
서대영의 캐릭터는 진구에게 맞춤복처럼 꼭 맞는 옷이다. 해병 헌병 출신인 그는 여러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왔지만, 주로 남성 관객들의 취향에 맞는 배역을 맡는 때가 많았다. 사실 진구 하면, 멜로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 보다는 '달콤한 인생'이나 '비열한 거리', '마더', '26년'이나 '연평해전' 같은 영화 속 배역들을 떠올리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 데뷔작 SBS 드라마 '올인'에서 맡은 이병헌의 아역은 한동안 뗄래야 뗄 수 없는 꼬리표 같았다. 드라마 자체의 인기가 많았고, 당시 이병헌과 비슷했던 그의 외모와 연기력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심 저격 전문'(?)이었던 진구가 '태양의 후예'를 통해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김은숙 작가가 만들고 그가 숨을 불어넣은 서대영 캐릭터의 매력 덕분이다. 그냥 군인 역할이었다면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을 지언정 TV 드라마의 주요 타켓인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위해,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연인을 피해 다니는 군인'이라는 캐릭터가 진구의 남자다움을 더 돋보이게 했고, 송중기와는 또 다른 포인트로 여심을 저격했다.
여심을 사로잡는 진구의 매력은 인간 진구의 매력과도 연결된다. 진구는 2013년 '무한도전-쓸친소'에 출연했었는데, 연예인임에도 불구 짝사랑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진심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결국 그 여성은 2014년 진구의 아내가 된다. 국민 예능에서 살짝 보여준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는 오늘의 배역과 어울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는 다시, 유부남인 그가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여성 시청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진구의 매력을 발견했고, 그간 축적해 온 이미지가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진구는 정말 서대영과 비슷할 것 같다'고 느끼게 하는 어떤 '판타지'가 생긴 것. 앞으로는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인 진구를 자주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해볼만 하다. /eujenej@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