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시선이 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아구스 역의 데이비드 맥기니스. 외국인임에도 김은숙 작가 특유의 드립 섞인 대사도 차지게 소화하고 능글맞은 악당 연기 역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한국과 독일계 혼혈로,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하다가 한국 영화 '컷 런스 딥' 출연을 계기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KBS 2TV ‘태양의 후예’ 이전에도 ‘에어시티’, ‘기담’, ‘아이리스’, ‘포화 속으로’, ‘구가의 서’ 등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특히 ‘아이리스’에 이어 ‘아이리스2’에도 출연했던 데이비드는 극중 국제적인 비밀 조직 아이리스의 킬러이자 최고의 스나이퍼 레이로 분했다. 특히 김현준(이병헌 분)은 죽인 장본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때도 역시 냉혹하고 잔인한 성정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맡은 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는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이 극에 달했다. 과거 유시진(송중기 분)과 같은 군인이었던 그는 이제 블랙마켓 갱단두목이 되어 유시진과 강모연(송혜교 분)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저 인상만 쓸 줄 아는 악역이 아닌, 능글능글 웃으며 말장난치기를 멈추지 않는 점이 악역으로서의 매력을 높였다. 그는 과거 동료였던 유시진을 향해 꼬박꼬박 ‘캡틴’ 혹은 ‘빅보스’라고 부르며 조롱하고 유시진과 강모연의 관계를 눈치 채고는 도발하는 등 여유로운 태도로 다른 악역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총을 든 총을 든 남자 옆에 있으면 위기에 빠지기 쉬운 법이지”나 “그(유시진)는 비밀이 많아. 종종 사라질 거고 연락이 안 될 거고 그러다 언젠가는 영영 돌아오지 않겠지. 헤어지는 게 좋을 걸. 이건 협박이 아니라 충고야”와 같은 인상적인 그의 대사들은 복선인 듯 아닌 듯한 묘한 어감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기억됐다.
그런가하면 “한국말이라도 배워야 하나”와 같은 대사나 총을 꺼내는 척 약을 꺼내는 능글맞은 행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헛웃음이 터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아구스를 연기하고 있는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외국인임에도 정극에 어색함이 없는 뛰어난 연기력과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악역인 만큼 칭찬과 별개로 미움 역시 피할 수는 없지만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아닌 아구스는 이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