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음성으로만 들으니 ‘꿀 목소리’가 더욱 부각된다. '요정' 오달수의 라디오 출연이 참 반갑다.
오달수는 31일 오후 방송된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에서 달달한 목소리로 입담을 뽐냈다. 대학로부터 충무로 원톱의 자리까지 20년이 넘는 연기경력에서 비롯된 풍부한 에피소드가 넘쳤다.
라디오 출연이 익숙하지 않은 듯 ‘청취자’라는 단어 대신 ‘시청자’라고 말해 박경림을 시작부터 웃게 한 오달수다. 그는 “드라마나 라디오에서 찾아뵙기 참 힘든데 이렇게 초대 받아서 청취자 분들 목소리로 나마 만나 뵙게 돼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최근 첫 주연작 ‘대배우’를 선보이게 된 오달수는 단 한 관객 앞에서 연극을 선보였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명절에 한 명이 오셨다. 남자분이 오셨다. 연극을 중간에 끊으시더라. 혼자 보시기 민망하셨나보다. 가운데서 ‘그만 하세요’라고 했다. 누가 대사 잘 못했는줄 알았다. 그 분 벌떡 일어나셔서 ‘오늘 명절인데 그만 나가서 소주 한 잔 하시죠’라고 했다. 진짜 한 잔 했다. 실화다”며 웃었다.
이어 “관객이 두 명만이었을 때는 하필 연극이 2인극이었다. 굉장히 몽환적인 연극이었는데 관객 두 분이 벌벌 떨면서 보셨다”고 말해 박경림을 웃게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대배우’가 됐다. 타이틀 롤 기분에 대해서는 “처음 이름이 떴을 때 굉장히 가슴 떨렸다”며 “그런데 사실 이름이 보통 3~4번째 나오기 시작할 때도 불과 얼마 안 됐는데 그때도 놀랐다”고 말했다.
주연작을 선보인 후 부담감에 대해서는 황정민과의 일화로 설명했다. 작품 이후 쏟아지는 홍보 활동과 관련한 에피소드였다. 오달수는 “인터뷰를 70여 매체와 진행했다. 찍는 것도 힘들지만 홍보도 힘들다”며 “황정민 씨가 ‘주연하니까 힘들지?’라고 묻더니 ‘그냥 해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달수는 ‘오달수라는 배우는 그 어떤 누구도 이기려하지 않는다’는 이경영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겸손한 답변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코뿔소에 비유하곤 했다. 관객은 코뿔소고 배우는 코뿔소의 뿔을 잡고 있는 팽팽하게 맞선다는 생각이었다”며 “지금은 가능한 한 져주려고 한다. 저를 보면서 살아가는데 ‘나보다 더 못한 인간이 있구나’ 느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짧은 한 시간간의 라디오 데이트만으로도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진짜 ‘대배우’였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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