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온다. 박나래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고생을 감수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냐만 특히 박나래는 늘 초심과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지금의 영광에 대한 정당성을 더했다.
박나래는 지난 3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헌집다오 새집줄게’(이하 ‘헌집새집’)에서 방송 최초로 집을 공개한 것은 물론, 성형 전 과거 사진부터 베일에 싸인 뉴욕 남자친구와의 러브 스토리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웃음 폭탄으로 분량을 꽉 채웠다.
이날 박나래는 과감한 민낯으로 등장해 혼자 살고 있는 집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연예계 소문난 단신인 만큼 그의 신발장에는 높은 굽과 화려한 장식이 달린 신발들이 가득했고, 부엌에는 주종 별로 구색을 갖춘 술잔들이 즐비한 모습이었다.
얼핏 보면 깔끔하고 세련된 듯 했지만, 구석구석에는 박나래의 ‘허당’스러운 면모가 숨겨져 있었다. 이불 위 엎지른 와인 자국이라든지, 애벌레 인형으로 감춰둔 게스트룸의 곰팡이 등이 눈에 띈 것.
우여곡절 끝에 집 소개를 마친 박나래는 드디어 스튜디오에 등장해 MC들과 패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본래 ‘헌집새집’은 연예인의 의뢰 공간을 스튜디오에 그대로 재현, 이를 각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손길로 탈바꿈시키는 포맷으로 진행되는데 이날만큼은 인테리어보다 박나래의 매력에 눈과 귀가 집중됐다.
먼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나래바’에 대해 “많이들 한 번 오면 2박 3일 동안 못 나간다, 차키를 뻇는다고 오해하시는데 사실이 아니다. 남녀노소 연령무관하게 올 수 있다”라며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 박보검 씨를 초대하고 싶다”라며 수줍게 사심을 드러낸 박나래는 그 뒤로도 카마수트라와 타인 최면 등 욕망(?) 가득한 서적들을 소개해 야유를 자아냈다.
또한 같은 화장품 광고에 출연했던 탕웨이 패러디부터 5kg이나 속인 몸무게 공개, 거침없는 정극 연기로 ‘뼈그우먼’다운 웃음 폭탄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오디션을 백 번도 넘게 봐야 했던 무명 시절, 비를 쫄딱 맞으며 리포팅해야 했던 활동 초반 등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 이야기들은 그동안 방송을 통해 비춰졌던 박나래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유년시절에 대해 "안양예고에 진학하게 됐을 때였는데 그 후 가세도 기울었었다”라며 “혼자만 모든 걸 누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학교를 그만두려 했는데, 가족들이 '꿈은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엄청난 지원을 해주셔서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며 뒷이야기를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금의 밝은 모습을 봤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박나래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비록 여전히 떠올릴 때마다 눈시울이 촉촉해질 정도로 힘들었던 과거지만,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만들어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열일’하는 개그우먼 박나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헌집새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