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웃기면서 슬픈 드라마가 있을까. 정지훈과 오연서가 아무리 코믹 연기를 펼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도 온전히 웃을 수가 없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드라마. 죽음이라는 전제 위에 펼쳐지는 코미디는 결국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드라마 처음이다.
SBS 수목극 ‘돌아와요 아저씨’는 역송 체험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31일 방송에서는 다혜(이민정)가 기탁(김수로)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된 홍난(오연서)과 해준(정지훈)은 골목 어귀에서 만나고 두 사람은 멱살을 잡는다.
해준은 해준대로 어렸을 때 다혜를 버린 수탁을 원망하고, 수탁은 수탁대로 다혜를 버리고 일찍 세상을 등진 해준을 나무란다. 두 사람 모두 불쌍한 다혜에게 연민을 느낀 것.
슬프고도 기막힌 상황이지만, 두 사람의 멱살잡이는 그대로 꽁트였다. 여자인 홍난과 해준(이태환)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는가 하면 프로 레슬링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몸싸움을 했던 것. 결국 승재가 와 두 사람의 싸움을 겨우 말렸다.
이후 해준은 자신이 다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오는 것을 느끼고 딸 한나(이레)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한나는 볼에 뽀뽀를 하는 해준에게 기겁을 하며 도망쳤고, 그런 한나를 귀엽게 보던 해준은 곧이어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상황은 코믹한데 그 뒤에 깔려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는 주인공들도, 시청자들도 온전히 웃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너무 웃겨서 더 슬픈 아이러니. 이렇게 ‘웃픈’ 드라마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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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돌아와요 아저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