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자발적 백수’를 자처하는 동생 황찬성이었다. 그는 유쾌한 연출 가운데서도 답답한 현실이 불쑥불쑥 끼어 드는 ‘욱씨남정기’ 속 시원함을 선사할 키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욱씨남정기’에서 봉기(황찬성 분)의 숨은 활약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을 해결하는 열쇠가 됐다. 그는 형 정기(윤상현 분)의 회사인 러블리 코스메틱에서 자체제작해 힘겹게 백화점에 납품을 결정한 화장품 박스들이 별안간 사라졌을 때 이를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상품을 홈쇼핑에 진출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먼저 실종된 화장품 박스를 찾아낸 순간에는 봉기의 기지가 빛을 발했다. 정기에게 용돈을 타 낼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던 봉기는 그대로 백화점 창고로 향하게 됐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와 누추한 차림새의 봉기는 간 데 없이 말끔한 수트를 입은 그의 모습에 창고에 모여 옥신각신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다.
봉기는 여태까지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에게 비협조적으로 굴었던 납품 관리자를 분위기 하나로 단번에 제압했다. 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그에게 관리자는 ‘쫄았고’, 이내 없어진 화장품 박스들의 위치를 알려줬다. 박스들은 형편없이 망가진 상태였지만, 이를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봉기였다.
이어 그는 형이 어렵게 만들어 낸 화장품을 홈쇼핑 관계자들에게 어필하는 데도 공을 세웠다. 정기가 밥 굶고 잠 못 자가면서 몇 날 며칠을 매달렸지만 화장품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MD들이었지만, 봉기의 박력 넘치는 사용 제안에 마음을 열었다. 그는 홈쇼핑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농땡이를 치다가 러블리 코스메틱의 화장품 박스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쳐박히는 것을 목격하고, 상자를 뜯어 MD에게 건넸다. “어떤 제품인지 정도는 확인 좀 하라”는 그의 강단에 결국 러블리 코스메틱의 홈쇼핑 진출이 성사됐다.
‘욱씨남정기’ 속 봉기에게는 ‘동네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미남일 뿐이었는데 그 진가를 알아본 옥다정에 의해 점차 러블리 코스메틱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는 설정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된 그의 능력치가 점점 돋보이게 된다는 소리다. ‘욱씨남정기’에서 그가 선보일 매력적 모습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헤드폰을 낀 채 어설픈 랩을 조잘대던 황찬성이 ‘정글피쉬’ ‘7급 공무원’ 등의 드라마와 영화 ‘레드카펫’ ‘안녕’ 등에서 꾸준히 쌓아 왔던 연기력이 봉기를 소화해내는 훌륭한 원동력이 됐다. 배우 황찬성의 변신도, 백수 봉기의 달라질 모습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