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이들은 무한도전을 해냈다. ‘힙합의 민족’을 통해 거친 힙합계에 출사표를 낸 여덟 명의 ‘할미넴’들의 숨길 수 없는 끼와 흥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에서는 김영옥, 양희경, 김영임, 이경진, 이용녀, 문희경, 최병주, 염정인 등 8인의 힙합 도전기가 공개됐다. 이들은 우선 ‘할미넴’이라는 별칭으로 시작했지만, 청년 프로듀서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열정을 뽐냈다.
여덟 명의 도전자는 최소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자 다른 분야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왔지만, ‘힙합의 민족’에 도전하는 이유만은 같았다. 이토록 재미있는 일을 왜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바탕이 됐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과 열정이 이들을 이끌었다. 특히 과거 유방암 투병을 하며 심신에 고통을 겪었던 배우 이경진은 “아팠을 때를 생각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며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망가져 보려 한다”는 출연 동기를 밝혀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이들의 당당한 매력은 베테랑 힙합퍼들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첫 상견례날, 팀 매칭을 위해 먼저 구애의 무대를 하게 된 프로듀서들은 할매 관객들 앞에서 전에 없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까마득한 인생 선배지만, 힙합계에서는 막내급의 후배가 된 ‘할미넴’들의 경외 어린 눈빛에 프로듀서들이 외려 수줍어 하는 모양새였다.
‘할미넴’들의 매력 어필 시간은 첫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이용녀의 선곡은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리듬타’. 의외의 박자 감각과 화려한 춤사위에 보는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과거 원조 ‘할미넴’으로 온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영임은 피에스타 예지가 Mnet ‘언프리티랩스타2’에서 불렀던 ‘미친 개’를 골랐다. 그는 재치 있게 개사한 가사를 완벽히 소화해내면서도 구성진 래핑을 선보였다.
MBC ‘무한도전’의 에어로빅 마에스트로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염정인은 씨엘의 ‘나쁜 기집애’를 불렀다. 약간은 아쉬운 무대였다는 평이 이어졌지만, 눈빛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가장 큰 칭찬이 쏟아졌던 것은 문희경의 무대. 프로듀서들은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 다운 폭발적 성량과 무대 매너로 제시의 ‘쎈 언니’를 열창한 그가 자신의 파트너가 됐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강력한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경쟁심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할매들의 모습은 힙합을 마주하는 이들의 진지한 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공개된 것은 김영옥, 이용녀, 염정인, 문희경 4명의 무대 뿐이어서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북돋기도 했다.
1등상은 다이아몬드 1캐럿이었지만, 이미 8명의 ‘할미넴’은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은 듯했다. 풋풋한 시절의 과거 사진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않더라도, 이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힙합의 민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