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5세, 난생 처음 힙합에 도전하는 할매들 앞에 7팀의 래퍼 군단이 등장했다. 힙합 초심자 ‘할미넴’들을 도와 최고의 경연을 펼칠 베테랑 래퍼들의 고군분투는 여태까지 힙합을 다뤘던 프로그램들 가운데서도 가장 처절할 전망이다. 수도 없이 많은 공연을 해왔던 이들의 초심이 빛났다. 그 중에서도 힙합의 ‘기본’을 강조하는 릴보이의 조용하지만 강한 활약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릴보이는 지난 1일 방송된 JTBC ‘힙합의 민족’에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그는 이전부터 ‘오피셜리 미싱유, 투’와 ‘어때’ 등의 곡을 통해 사랑받았던 긱스 활동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래퍼였다. 지난해에는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발표했던 경연곡들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오랫동안 지켰고, 심사위원들은 매회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시 쟁쟁한 래퍼들을 제치고 4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릴보이를 ‘힙합의 민족’에 섭외한 것은 제작진의 ‘신의 한 수’였다. 힙합 문외한인 여덟 명의 할매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었고, 이를 강조한 것이 릴보이였던 까닭이다.
이날 릴보이는 할매들과의 팀 매칭 전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다. 내내 조용히 수줍은 미소만 짓던 그가 무대에 오르니 눈빛부터가 변했다. 누구보다 정확한 발음과 비트를 가지고 노는 리듬감은 과연 ‘랩의 교과서’를 논할 만했고, ‘내 이름 오승택 석 자를 걸고 보여주려고 하네’라는 가사에서는 릴보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를 본 할매들은 “내 스타일이다” “귀엽다”는 외모 칭찬부터 “들리는 소리가 좋다”는 실력 칭찬까지, 입을 모아 릴보이의 무대에 호평을 보냈다.
언제나 작지만 매운 고추, 잔잔하지만 파괴력 있는 래퍼였던 릴보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힙합의 민족’ 출연을 통해 ‘소리없는 음원 강자’를 넘어 ‘기본에 충실한 개념 강사’로 자리매김할 릴보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힙합의 민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