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이 이번엔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사로 분했다. 말쑥한 슈트에 정갈하게 빗어넘긴 헤어스타일. '미생'의 오상식 과장과 180도 다른 팔색조 변신이다. 하지만 이성민이 연기하는 인물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짙은 페이소스다.
이성민은 tvN 금토드라마 '기억'에서 변호사 박태석으로 분한다. '태선로펌'에 속한 승률높은 변호사 박태석. 탄탄대로를 달리는 그이지만, 갑작스럽게 그를 찾은 알츠하이머는 그의 기억을 빠른 속도로 지워간다.
초반 '기억'은 이렇다 할 톱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닌데도 불구,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이는 주인공 박태석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혁혁한 공이 작용한 결과로 친근한 외모로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이성민'을 향한 신뢰도와 비례한다.
앞서 이성민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대표작 '미생'만 봐도 이성민 특유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성민은 극 중 야근과 업무에 시달리는 오과장을 특유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자연스럽고 치밀한 캐릭터 구상을 통해 완벽에 가깝게 녹여내 뜨거운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떠나 스크린에서 만난 이성민 또한 마찬가지. 지난 1월 개봉한 이성민 주연의 '로봇, 소리'에서 그는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로 분해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극 중 8할을 홀로 이끄는 이성민이지만, 부침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공이 빗어낸 그의 소탈하고 섬세한 표현력은 부담스럽지 않고 맛깔스럽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과 같다. 초반을 지난 드라마 '기억'에 더욱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sjy0401@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