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50부작 둘러싼 엇갈린 시선, 시대 역행일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4.02 11: 05

드라마 50부작은 너무 ‘긴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통할 안정적인 카드일까.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0부작은 드라마계의 대량생산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 어떤 물건이든 그러하듯 드라마 역시 작품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갈수록 수익성은 높아진다. 초기 제작 비용이 어마어마한 세트와 의상이 중요한 사극의 경우 50부작을 많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시청률과 화제성만 보장된다면야 방송사로서는 최대한 길게 방송하는 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요즘 방송 환경으로서는 길게 방송하는 것 자체가 도전에 가깝다.
현재 우리 드라마 시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0분가량 방송하는 일일 드라마가 아니고서야 기획 단계부터 50부작을 넘는 경우는 없다. 드라마가 인기여서 혹은 종영일을 맞추기 위해 50부작을 넘는 프라임 시간대 드라마가 있긴 해도 정말 드문 경우다.

이쯤 되니 50부작을 제작하는 것 역시 고민이다. 최근 들어 50부작 드라마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방송사로서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최근 OSEN에 “‘몬스터’와 ‘옥중화’가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두 드라마가 기존 50부작 드라마처럼 성공을 할지 PD로서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50부작 드라마가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의 새로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역시 50부작이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긴 했지만, 50부작이었기 때문에 좀 더 센 파괴력을 뿜어대지 못했다는 방송가의 시선도 존재했다. 그만큼 요즘 젊은 시청자들이 흐름이 긴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진단이 존재하기 때문. 중장년층이야 긴 드라마도 재밌다면 시청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10분짜리 짧은 웹 드라마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선호하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60분씩 50부를 방송하는 게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젊은 시청자들이 폭발적으로 선호하는 작품 중 50부작의 드라마는 없다 시피 했다. 현재 50부작이 계획돼 있는 작품은 ‘몬스터’는 복수를 소재로 하는 통속 드라마고, ‘옥중화’는 사극 명장 이병훈 PD가 연출하는 조선 여인의 성공 소재의 이야기다. 두 드라마 모두 중장년층을 겨냥하는 드라마다. 흥미로운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SBS ‘대박’의 경우도 24부작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보다 더욱 극적인 현실이 바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순간 벌어지는 이해관계 충돌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일 터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지 않고 짧고 강렬한 영상 30초에서 1분짜리의 영상을 즐겨 본다는 10대부터 웹 드라마도 보고 싶은 작품이라면 찾아본다는 2~30대, 그리고 본 방송을 사수하는 중장년층의 시청 형태와 취향은 우리 사회 세대 갈등만큼이나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벌써 시청 형태의 변화 혹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작된 가운데, ‘몬스터’와 ‘옥중화’의 50부작 대항해 역시 닻이 올랐다. 던져진 주사위, 어떤 숫자가 눈앞에 펼쳐질까. / jmpyo@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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