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에서 못 나가요. 저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안미정(소유진 분)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빛은 처절했다. 이후 모든 일이 안미정의 오해로 빚어진 촌극이었음이 밝혀졌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는 '싱글맘'의 처절한 생존기에 안방 시청자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2일 오후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연출 김정규, 극본 정현정)에서는 회사의 인원감축 소식에 불안해 하는 안미정(소유진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안미정은 평소와 달리 퉁명스러운 이상태(안재욱 분)의 태도에 의아해 했다. 이상태는 점심시간, 우연히 만난 안미정의 눈인사도 무시하며 지나쳤고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일관했기 때문.
이후 업무를 이어가던 안미정은 회사 내부에서 인원 감축 계획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됐다. 디자인팀 직원들이 "인원감축 1순위는 분명 아이 엄마들이다"라며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 것. 안미정은 그들을 향해 "왜 아이 엄마가 인원감축 1순위라고 생각하느냐. 말이 안되는 소리다"라며 발끈했지만, 내내 불안한 면모를 보였다.
이후 안미정은 팀원 회의에 들어가서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했다. 주위 동료들을 살펴봐도 소위 잘 나가는 골드미스와 청일점 직원일 뿐, '워킹맘'은 없었다.
결국 안미정은 팀원 회의에 집중할 수 없었고 이상태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를 향해 동료직원은 "인원 감축은 말도 안 된다. 특히 안미정 씨는 우리 팀에서 가장 일을 잘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위로했지만, 그의 표정엔 이미 두려움이 가득했다. 결국 고민을 거듭하던 안미정은 회사에서 밤을 새며 해고 당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다.
방송에서 그려진 '싱글맘' 안미정은 현실 속 워킹맘을 오롯이 녹여내고 있었다. 능력과는 별개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축 1순위로 내모는 현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만우절 에피소드였지만, 이날 당차고 긍정적인 여자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로 '일당 백'을 소화하는 안미정의 축 처진 어깨와 눈물은 많은 것을 시사하게 했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2 '아이가 다섯'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