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부성애 연기엔 이성민이었다.
이성민은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폭발하는 부성애 연기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기억'에서 이성민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박태석 역을 연기 중인 상황. 제목처럼 '기억'은 주로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박태석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단순히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로 국한시키면 곤란하다. 제대로 된 가족극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이날 방송 역시 '기억'이 지향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드러내주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태석은 아들 정우(남다름 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도둑질을 했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태석은 아들에게 소리만 지르며 정우를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정우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였다. 절도 사건 역시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사주했던 것. 이를 알고 있음에도 무조건적으로 당해야만 했던 정우는 그마저 있는 친구가 자신을 외면하자 유독 힘들어했다.
왕따와 폭행의 강도도 심해졌다. 결국 참다 못한 정우는 돌로 가해자의 머리를 내려치는 우발적인 사고를 저질렀고 119에 신고한 뒤 잠적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태석은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 피해를 당하고 있었으며 혼자서 힘든 짐들을 모두 껴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을 애타게 찾아 헤맨 태석은 정우 친구의 도움으로 정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정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아들을 다독였다. 괜찮다고.
'기억' 속에서 태석이라는 인물은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어제 보고받은 사항도 기억하지 못하고 중요한 미팅마저 잊어버리는 지경이다. 게다가 죽은 아들 동우의 뺑소니 사건 역시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놓고 동우의 엄마인 나은선(박진희 분)은 태석을 몰아세우고 있으며 자신의 알츠하이머 탓, 아내 영주(김지수 분)에게는 오해까지 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들을 향한 처절한 부성애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움직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만큼은, 가족만큼은 지켜내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 충분했다.
모두 태석을 연기하는 이성민 덕분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에서도 딸을 향한 눈물나는 부성애를 보여준 바 있으며 tvN 드라마 '미생'에선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태석의 캐릭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이성민의 연기 덕분에 '기억'은 점차 그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우울하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닌, 따뜻한 가족극을 그려낼 '기억'에서 앞으로의 이성민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기억'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