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뭘 해도 되는 남자였다. 눕기만 해서 1위를 했던 그가 이번에는 낚시는 재미 없다는 편견을 깨고 전반전 시청률 1위를 했다. 우린 이미 ‘갓경규’에게 영업을 당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이경규의 보면 볼수록 신기한 개인 방송이 펼쳐졌다. 이경규는 낚시를 하는 방송을 보여줬다. 붕어 한 마리 한 마리가 잡힐 때마다 환호하고, 네티즌과 수다를 떠는 이경규. 예능에서 금기어로 통하는 낚시인데 웃음이 터졌다. 쉴 새 없이 구시렁거리면서 붕어잡이를 하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냥 웃겼다.
네티즌이 예능의 신이 강림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이경규는 30여년의 예능 내공이 발휘되는 입담으로 승부했다. 20마리를 잡지 못하면 입수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후 계속 붕어만 잡아댔다. 물론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한데 자꾸 댓글을 봐달라는 네티즌의 요청에 불만을 표하고, 많이 잡았으니 이제는 쉬엄쉬엄해달라는 제작진의 귀띔을 폭로하며 재미를 만들어가는 이경규의 연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경규는 붕어잡이를 하며 수다를 떨었고, 간간히 특유의 버럭 화를 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예능 속 낚시는 참 지루했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낚시에 도전했지만, 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구성으로 활용됐다. 긴 시간동안 물고기를 기다리며 계속 대화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허나 ‘마리텔’은 전후반 3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적 제약이 있었고, 입담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경규가 계속 이야기를 나눴기에 낚시 방송도 흥미가 넘쳤다.
이경규는 2주 전 이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해 갓 태어난 강아지를 돌보거나 아니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눕는 방송을 펼쳤다. 후배 개그맨들이 웃기려고 노력하다가 네티즌의 놀림만 받고 처절하게 망한 방송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경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1위를 했다. 물론 그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그의 입담 내공이 발휘되며 웃겼다. 이번 낚시 방송 역시 예능과 낚시는 실패 구성이라는 숱한 사례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마치 게임 결과를 알려주듯 편집을 하는 제작진의 재기발랄한 시도,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이나 계속 입을 놀리며 재미를 이끄는 예능 대부 이경규의 조합이 또 다시 흥미로운 ‘마리텔’ 방송을 만들었다.
동시에 올해 초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최근 ‘마리텔’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게스트 출연에서 매번 빵빵 터지는 재미를 만드는 이경규가 다시 한 번 대세 방송인의 면모를 뿜어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