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경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도저히 재미를 살려낼 수 없는 콘텐츠로도 웃음을 빵빵 터뜨리고,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데,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경규가 강아지들을 내세운 ‘펫방’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지루하다는 낚시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예상외로 묘하게 ‘꿀잼’이다. 비결은 여유와 재치 넘치는 입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예능 대가의 품격이자 내공. ‘콘텐츠가 어떤 것이든 나는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배짱이기도 하다. 방송 생활 36년이라는 기간 동안 입증한 실력으로 ‘믿고 보는’이란 타이틀이 생겨나 이경규의 방송에 시청자들이 몰린 것도 분명 있을 테지만, 이들이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재미를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이경규는 지난 2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붕어 잡이에 나섰다. 이날의 콘텐츠는 예능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낚시’. 붕어 20마리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 뿐이다.
이는 그간 ‘마리텔’을 거쳐 간 이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은 특화된 자신의 장기를 내세워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해왔다. 특급 게스트를 섭외하는가 하면 야심찬 준비로 풍성하게 방송을 꾸며 시청자들을 모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경규는 달랐다. 콘텐츠는 강아지 분양, 붕어 낚시가 전부. 조금 보탬이 된 것이 있다면 제작진의 깨알 같은 자막과 편집만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경규의 낚시 방송에 벌떼 같이 몰려들었다. 비결은 데뷔 36년 동안 쌓아온 특유의 여유와 재치. 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한번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경규 특유의 궁시렁 대며 투덜 거리는 모습, 네티즈들에게 버럭 호통을 치는 모습 등이 큰 웃음을 자아낸 바다. 이경규는 직접 ‘방송하는 동안 붕어 20마리를 못 잡으면 수영복을 입고 입수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데, 이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좀처럼 몸을 쓰지 않는 그가 찬물에 입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간 '마리텔'에 출연하는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려내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요리가 특기인 셰프들은 요리를 선보이고, 안무가 들은 춤을, 작사가는 작사를, 만화가는 직접 만화를 그렸다.
이경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장기가 ‘예능’ 아니던가. 이에 ‘꿀잼’이 당연했고, 1위 역시 당연했던 것이다. /joonamana@osen.co.kr
[사진] OSEN DB.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