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차 방송인 이경규의 생방송은 떨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낚시를 하면서도 동시에 일을 해내는 이른바 ‘일타쌍피’ 방송이었다. 낚시 방송이 아니고서야 지상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이경규는 충남 아산의 한 저수지에서 ‘안녕 낚시’ 채널을 개설했다. “방송 사상 최초로 낚시를 해보겠다. 3시간 동안 붕어 20마리를 잡지 못하면 저수지에 입수를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이경규는 낚시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멘트를 날리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낚시 바늘에 떡밥을 달면서 “제가 2시간 만에 60마리를 잡은 적이 있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낚시에 돌입하자, “네티즌과의 채팅이 급한 게 아니다”라며 방송보다 낚시에 더 집중하기도 했다. 그는 시작 30분 만에 한 마리를 낚는데 성공하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아닌 TV 속 드리워진 찌를 감상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가도 보기 힘든 장면인 데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분명 지루할 법 했지만,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번쯤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낚시터가 아닌 집안에서도 낚시꾼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른바 ‘낙방 없는 낚방’이었다.
낚시에만 집중하겠다고 소리친 이경규는 시청자들과의 소통도 잊지 않았다. 낚시에 집중했지만 붕어를 잡아 올리면서 연신 채팅방을 주시했다. 그러면서도 한 방에 두 마리를 잡아올리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이제 ‘마리텔’이 낚시라는 주제로 뻗어나가니 다양한 콘텐츠 탑재는 기본이다. 그뿐인가. 시시각각 낚시 실황을 전해주는 이경규의 멘트가 한시도 TV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만의 낚시철학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놀면서도 1위에 오른 이경규는 그간 쌓아올린 내공의 힘을 발휘하며 ‘예능 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호통은 여전하지만, 그 속에 깔린 그만의 매력이 대중에 큰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역시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그의 선구안은 틀리지 않았다./ purplish@osen.co.kr
[사진]‘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