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우가 또 있을까. 맡은 배역마다, 그 인물과 혼연일체해 이전의 역할을 완벽하게 지워낸다. 드라마 '기억'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 박태석을 연기하고 있는 이성민이 딱 그렇다.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은 가족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들을 나열한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뜨거운 가족애로 안방극장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 그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속시원한 일침도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기억' 6회는 현재의 아들 정우, 그리고 죽은 아들 동우를 겨눈 진범을 찾기 위한 과정이 긴장감 있게 펼쳐져 몰입감을 높였다. 여태껏 변호사로서 자신의 커리어만을 위해 내달렸던 박태석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나서야 가족을 되돌아보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 뭉클한 뭔가를 건넸다.
특히 자살을 결심한 정우(남다름)를 어렵사리 찾아낸 태석(이성민)이 부둥켜 안은 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던 장면은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시청자에게 먹먹함을 느끼게 했다. 이는 배우 이성민이 만들어낸 이날의 명장면.
방송 말미 공개된 차회 예고편을 통해 박태석이 '따돌림을 당할 때 자신을 돌아보세요'라는 판넬을 떼어 가는 장면은, 답답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만들며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성민이 만들어내는 박태석이, 앞으로 닥칠 험난한 상황들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신은 물론 그의 전부인 가족들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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