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우승, 상상도 못했다."
밴드 레이지본이 '불후의 명곡'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늘 "1승만"을 바라던 밴드의 의외의 역습이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하광훈 작곡가 편에서 레이지본은 김민우의 '휴식 같은 친구들' 원곡에 레게 리듬을 덧입힌 편곡으로 재해석해 선보였고,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과 박수 갈채를 이끌어내며 임정희, 홍지민을 차례로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서 우승 트로피를 받고 오열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도 못했던 보컬 준다이는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불후의 명곡'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레이지본과 항상 따라붙는 '이수근'과 '요절복통 레이지본'에 대해 "실제로 만나뵌 적도 없는데, 영원히 함께 갈 것 같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 마지막에 오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좋아서 하는 음악이다. 무대에서 보여주면 그걸로 '즐겁다' '만족한다'고 해왔다. 멤버들 각자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 모이기도 힘들다. 방송 곡 하나 만들려면, 늦은 새벽에 만나 작업하고 잠을 못자며 준비하니 힘든 점이 많다. 방송을 할 수 있어 고맙지만, 이제는 너무 힘들어서 '거절해야 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막상 우승이라는걸 하니, 눈 앞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을 인정 해준 것 같은 기분에 감정이 복받쳤다."
-'휴식 같은 친구' 무대가 너무 좋더라. 특히 내레이션에 모두가 뭉클했다. 방송에서 산들(B1A4)이 "가슴이 너무 뜨거워졌다"고 크게 감동하기도 했다.
"원래 준비했던 내레이션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노래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그렇게 했다. 레이지본은 씬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고, 오랜 활동 경력도 있는 밴드다. 크고 작은 굴곡을 겪을 때마다 주변 친구들은 '네가 최고다' '잘하고 있다' '문제 없다'라고 응원 해줬던 친구들이 생각나 그대로 했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고조됐고, 우승까지하게 되니 눈물이 쏟아졌던 것 같다."
-반응이 뜨거웠다. 발표 전에 우승할 거란 생각을 좀 했나.
"예전에 430점대를 받고 1승을 했을 때도, 다음 주자로 나선 린이 더 높게 받아서 졌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뒤에 '뮤지컬계 디바' 홍지민이 있어서 '지겠구나' 싶었다. 우승은 상상도 못했다."
-방송 출연이 많지 않은데, 대기실 토크는 힘들지 않나.
"그 부분도 걱정했다. 워낙 방송을 많이 해본 분들이 많이 출연하니깐, 거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다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인만큼 힘들었던 이야기라든지, 공감대가 형성되어 편하게 (토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방송 외적으로도 출연자들과 교류가 있나.
"방송 공식 뒷풀이는 없다. 가끔 사적인 술자리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곳에서도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준다. 문희준 형, 박기영 누나 등 많은 분들이 '꼭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말 자체만으로 고맙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에 과거 '1박 2일'에 나왔던 이수근의 '요절복통 레이지본' 이야기가 따라 붙는다. 알고 있나.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다. 댓글이나 온라인 반응은 물론 알고 있다. 요즘에는 SNS에서 뭘 잘못 먹고 배가 아프면 그냥 '요절복통 레이지본'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하더라. 아마 그 형이랑은 이렇게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다(웃음)."
-레이지본에게 '불후의 명곡'이란.
"대중에게 다시 다가설 수 있게 해준 햇살 같은 방송이다. 또 방송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도 음악을 다루지만 예능이다. 방송이니깐 거기서 원하는 걸 해야하는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해보니깐, 뮤지션이 원하는 걸 존중해주고, 전부 다 맞춰준다. 스피커부터 장비들도 모두 최상급이다. 제작진이 뮤지션이 베스트를 보여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배려해준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4월 12일에 신곡을 발표한다. 소속사도 없이 멤버들끼리 시간을 내며 힘들게 준비한 곡이다. 많은 분들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또 다른 일들을 줄여나갈 수 있게, 올해는 좀 밴드가 바빠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밴드 레이지본은?
과거 1998년 결성돼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함께 홍대 펑크씬을 주도했다. 멤버·팀 분리 등의 과정으로 공백기를 가졌다가, 지난 2013년 8년만에 극적 재결합했다. 국내 밴드로는 드물게 스카펑크를 시도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 '그리움만 쌓이네',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가 '고 웨스트(Go West)' 등의 히트곡이 냈다. '1박 2일'의 영향으로 2집 수록곡 '요절복통 레이지본'도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사진] 레이지본 페이스북, '불후의 명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