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데뷔한 이병헌은 올해로 25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연기 외적으로는 여러 잡음을 내긴 했지만 배우 이병헌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 하나 반기를 들 수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이지만 할리우드에선 이제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동양의 배우다. 이를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잘 알기에 작은 캐릭터에도 감사하다. 우상으로 여겼던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 겸손한 대배우다.
3일 방송된 MBC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이병헌은 영화 '미스컨덕트'를 함께 찍은 알 파치노에 대해 "제 우상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배울 게 많은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미스컨덕트'는 이병헌의 2016년 첫 할리우드 진출 작품이다. 여기서 이병헌은 히트맨 역을 맡았다. 의뢰인의 문제를 처리하는 해결사 캐릭터로 굵고 짧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사실 그의 비중은 더 적었고 심지어 알 파치노와 함께 붙는 장면도 없었다고. 하지만 이병헌의 진심은 통했고 감독은 두 사람을 한 공간에 집어넣었다. 이병헌의 꿈이 이뤄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때를 떠올리며 이병헌은 "첫 촬영 날에 알 파치노랑 연기하게 됐다. 긴장감이 어마어마하더라. 대사를 수백 번 읊으면서 완벽하게 외웠는데 그걸 까맣게 잊어버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병헌은 그동안 '레드: 더 레전드', '지.아이.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 덕분에 지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시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병헌은 "수상도 아닌 시상자로 나갔는데 칭찬을 너무 많이 받아서 쑥스럽다"며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손에서 땀이 가시지 않는 며칠을 보냈다"고 멋쩍게 웃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과 생각, 부담과 긴장감도 더욱 크다. 그는 "어떤 작품을 만나든 '내가 하는 것이 맞을까?' '잘하고 있는 건가?' 끊임없이 생각한다.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부담감도 크다. 기대에 부응해야하는 부담감을 늘 안고 연기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배우로서 걸을 날이 더 많은 이병헌. 사건사고가 아닌 오로지 연기력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멋진 배우가 되길 팬들은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네이버 스틸, 출발 비디오여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