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예능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할머니들과 힙합인들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그리고 어딘지모르게 장난기 가득한 타이틀 때문에 2016년 '새로운 병맛 예능'을 예상한 이들에게 되려 기분좋은 충격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힙합의 민족'은 방송 중 프로듀서로 등장한 한해의 일화처럼, 처음 방송 포맷이 보도 됐을 때 적지 않은 놀림(?)을 받았다. 할머니들이 랩을 하는 힙합프로그램이라니. 힙합이 인기를 얻자 이에 편승한 호기어린 예능이 아닐까에 대한 시선이 상당했던 것이다. 프로듀서들로 출연하는 뮤지션들 역시 출연 결심을 하며 반신반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뚜껑을 연 '힙합의 민족'은 과장하면 '뒤통수를 치는' 예능이었다. 프로듀서들로 등장한 뮤지션들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데 의미를 두며 진지하게 방송에 임했고 짧지만 자신의 실력이 고스란히 발휘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MC스나이퍼의 관록 있는 무대 제압력에 힙합팬들은 환호했고 엠넷 '쇼미더머니4'의 발군의 실력자였던 릴보이의 랩핑을 방송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은혜로웠다. '딘딘이 이렇게 랩을 잘하는 구나'란 사실을 느낄 수 있었으면, 몬스터엑스 주헌의 아이돌을 넘은 힙합에 대한 열정도 엿보게 했다. 첫 방송은 출연자들에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힙합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 '뒤통수를 친' 것은 할미넴 출연자들이었다. 김영옥, 양희경, 김영임, 이경진, 이용녀, 문희경, 최병주, 염정인 등 8인의 힙합 도전은 도전 그 자체의 감동을 넘어 '소름끼치는' 반전 실력까지 있었다. 소위 말하듯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이 아니었다.
향년 80세의 김영옥은 '미친 개'를 배우인 자신에 대입해 개사, 그 자체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래퍼 제시의 '쎈 언니'를 선곡해 무대를 꾸민 문희경의 안정적인 랩 실력과 파워풀한 무대 매너는 '대박'이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하드캐리한 '나쁜 기집애'를 선곡한 염정인은 무대 자체는 잘 하지 못했지만 "내가 제일 못하는 노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몸을 구부정하게 하는 것, 즉 제일 못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기는 도전"이라고 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각오를 묵묵히 들려줬다.
최소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자 다른 분야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여덟 명의 도전자는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는 자신에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란 용기를 얻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 할미넴들의 부단한 연습과 재능은 '이토로 재미있는 도전'을 단순히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힙합 프로듀서들과 할미넴들, 양쪽 모두 진지하다. 그저 미리 웃길거라고만 예상한 일부 사람들이 머쓱할 만큼 완성도 있는 무대를 기대한다. 연출을 맡은 송광종 PD는 "본 경연에 들어가면 더욱 재미있고 알찬 방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716%(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JTBC에서 선보인 예능프로그램 첫 방송이 기록한 시청률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nyc@osen.co.kr
[사진] JTBC ‘힙합의 민족’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