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를 보고 있자니, 이제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상에 모든 나쁜일이 몰아서 온듯한 여자 '결혼계약' 강혜수가 떠올라서다.이제 좀 행복이 찾아오나 싶었더니, 제손으로 그것을 밀쳐내니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에서는 강혜수(유이 분)의 어려운 선택이 그려졌다. 바로 자신에게 진짜 마음을 고백한 한지훈(이서진)을 밀어낸 것. 제주도에서 애틋한 키스까지 하며 마음을 확인한 직후라 한지훈의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웃던 표정도 일그러졌다.
혜수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애초에 시작이 장기 공여를 통해 급전을 얻기 위해서였고, 이후 마음이 서서히 지훈에게로 향하는 걸 느꼈음에도 시한부를 선고받은 자신의 몸 상태에 지훈을 거절해야 했던 것. 결국 한 번쯤 '블링블링한 인생'을 꿈 꿔보고 싶었던 혜수는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지훈의 행복을 위해 프러포즈를 거절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지훈은 속상할 수 밖에 없다. 장애물은 지훈도 충분히 있다. 아버지는 카드와 통장까지 동결시키며 그의 돈줄을 끊었고, 전 애인인 서나윤(김유리)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럼에도 지훈은 혜수를 위해, 고급차와 명품 시계를 담보 잡히고 돈을 구해서 잔금을 치르고, 반지를 사서 프러포즈를 했다. 혜수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상황도 썩 좋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 셈이다.
그러니 이제 유이도 용기를 낼 때다. 죽은 전남편이 남겨둔 빚을 갚느라 고군분투했고, 딸아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5년 생존률이 딱 30%밖에 없다는 현실이 감당해내기 벅찰 수 있다. 때문에 더더욱 지훈의 손을 잡고 함께 이를 헤쳐나가야 한다.
자신의 진심까지 억누르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고 행복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더라도, 지훈에게 좀 더 솔직하게 다가서 남은 행복을 거머쥐어야 할 때다. 더 이상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우며 슬픈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 gato@osen.co.kr
[사진] '결혼계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