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의 연기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캐스팅 당시 일부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만큼, 시청자도 울컥하게 만드는 '결혼계약' 강혜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다.
일단 상황 자체는 답답하다. 죽은 남편의 사채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모습이나, 딸을 남기고 죽을 줄 모른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악재들이 모두 몰아서 혜수를 덮친 것. 최악이다.
그래도 기회가 아예 없진 않다. 우연처럼 한지훈(이서진)을 만났고 그의 모친의 '장기 공여'를 위해 계약결혼까지 진행했다. 또 제멋대로였던 한지훈이 강혜수(유이)에게 진짜로 빠졌고, 혜수 역시 그를 마음에 품게 됐다. 이제 곧장 해피엔딩을 위해 달려가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극본 정유경, 연출 김진민)에서는 끝내 지훈의 반지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혜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5년 생존율이 30%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서, 또 지훈을 두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이를 알지 못하는 지훈의 표정을 일그러졌다.
이 과정에서 혜수를 표현한 유이의 연기는 탁월했다. 특히 친구에게 네일을 받으며,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눈물을 글썽일때나, "내 인생도 한번쯤 반짝거릴 수 있을까. 예쁜 손톱처럼 블링블링한 인생이 기다릴 수 있을까"라고 되뇌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화장대 앞에서 눈물을 닦을 때, 지훈의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순간에도 유이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였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아직은 어린 연기자 유이가, 주말드라마의 여주인공 자리를 왜 꿰찼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순간이었다. / gato@osen.co.kr
[사진] '결혼계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