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이의 모성애가 힘껏 꿈틀댔다. 그가 연기하는 '가화만사성' 세리 역할이 그저 앞뒤 경우없는 악역에서, 아주 조금은 엄마로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에서는 아기는 맡아 키워줄테니, 집을 나가라는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는 철부지 세리(윤진이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우리를 두고는 절대 집을 나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던 모습과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결국 아들 우리의 인생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신이 우리를 데리고 나간다고 한들, 좋은 조건에서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더군다나 믿었던 만호(장인섭)도 삼봉(김영철)과 숙녀(원미경)의 뜻을 따라서 냉정하게 돌아선 상황이다.
결심을 굳힌 세리는 한미순(김지호)에게 깁스한 팔로 어렵게 적은 메모를 건네며 아들 우리를 부탁한다. 아들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이 적인 쪽지였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입덧도 없었다. 나와 다르다. 내 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고아를 입양한다고 생각하고, 잘 대해 달라"고 당부를 거듭했다. 미순에게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조금은 안심한 듯한 모습도 내비쳤다.
물론 당장 집을 나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들과 이별할 시간, 또한 나가서 살 집을 구할 시간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분명 이제껏 떼만 쓰고 몹쓸 짓만 골라하던 악녀로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
악녀라도 엄마는 엄마였다. 우리를 향한 모성애가 결국 세리의 마음까지도 변화하게 한 것. 세리를 다시 가여운 눈빛으로 보기 시작한 미순이 앞으로 세리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 gato@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