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미세스캅2’에서 김범이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을 칼로 찌르는 신. 이후 살짝 눈이 뒤집힌 채로 짓는 이 오묘한 표정은 그 자체로 사이코패스였다. 미친 소화력이다. 배우 김범의 악역 연기가 제대로 물올랐다.
김범이 SBS 주말드라마 ‘미세스캅2’에서 맡은 역할은 악인 이로준. 그는 완벽한 포커페이스와 한수를 더 앞서 보는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는 엄청난 사이코패스. 재력에 전투력까지 갖춘 무서운 악인이다. 김범은 이 캐릭터를 마치 자신의 실제 모습인 듯이 소화하는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 오싹함을 전해주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미세스캅2’(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에서의 연기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로준(김범 분)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윤정(김성령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로준을 잡아넣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재력과 두뇌를 가진데다가 무서울 정도의 냉철함을 가졌기 때문. 이에 윤정은 그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더욱 그를 잡아넣기가 어렵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직접 이로준을 만난 윤정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와의 대화를 녹취해 증거로 삼으려는 심산이었는데, 이로준은 이 또한 눈치 채고 있었다. 그는 윤정에게 “녹음은 잘 하셨어요?”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고, 이후 이야기는 다음주로 넘어갔다.
이날 이로준을 표현해내는 김범의 연기력이 반짝하고 빛난 장면이 있었다.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의 배를 칼로 찌르는 장면인데, 아무렇지 않게 칼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괴한을 찌르면서 짓는 광기어린 표정이 강한 임팩트를 줬다. 눈이 뒤집히는 디테일을 연기하며 이로준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낸 것.
또한 윤정과 대립하는 장면, 이해인을 죽이려 물에 약을 타 접근하는 장면 등에서 나타난 섬뜩한 표정 연기는 쫄깃한 긴장감과 심장 뛰는 스릴감까지 만들어냈다.
이번 드라마에서 김범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그간 그가 맡아왔던 역할과의 온도 차 때문이다. 김범은 또렷한 이목구비와 꿀 떨어지는 미소로 여심을 훔치는 미소년스러운 역할을 주로 맡아온 바. 이에 공포심마저 자극하는 사이코패스로의 변신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joonamana@osen.co.kr
[사진] '미세스캅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