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홍진영 김강우, 아이돌 출신이 왜 흑역사?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4.04 08: 36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4일 아침 방송된 KBS2 ‘2TV 아침’은 트로트스타 홍진영과 배우 김강우가 원래 아이돌그룹의 멤버로 출발했지만 참패하고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기에 그 경력이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트로트스타 장윤정과 박현빈이 재연배우로 활동한 과거를 공개하며 역시 ‘흑역사’로 만들었다.
더불어 배우로 데뷔한 뒤 음반을 내고 ‘반짝가수’로 활동한 장혁, 데뷔 초 초고속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발연기’로 낯 뜨거웠던 정우성과 이정재의 과거 활동모습도 더불어 내보냈다.
요즘 아이돌그룹 멤버로 데뷔한 뒤 어느 정도 지명도를 쌓으면 으레 수학공식처럼 연기활동을 병행한 뒤 자연스럽게 배우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가수들의 활동방정식을 왠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가수와 배우는 뭐가 다르고 어떤 분야가 바람직할까?

1990년대는 한국 연예계가 오늘날의 K팝 열풍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 환경을 조성한 가운데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기록한 시대다. 당시 지금의 아이돌그룹의 창궐처럼 댄스그룹이 전성시대를 연 가운데 웬만한 인기가수들은 음반을 냈다하면 100만 장 판매는 식은 죽 먹기일 정도였다.
영화계 역시 대우 삼성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이 뛰어들어 자본이 풍성해짐으로써 제작편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가운데 작품의 ‘사이즈’ 역시 서구체질화됐다. 1980년 전두환의 군사정권이 언론통폐합이란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으로써 유일한 민영방송 TBC를 KBS에 통합시켜 2채널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2채널로 압축됐던 방송사는 당시 새로운 민영방송 SBS의 출범으로 풍성해져 ‘퇴근시계’라는 별명을 얻은 ‘모래시계’가 SBS를 단숨에 KBS와 MBC의 대등한 라이벌로 성장시켜줌으로써 방송 콘텐츠가 풍성해졌다.
역대 최고 시청률인 1위인 KBS2 ‘첫사랑’(65.8%)부터 MBC ‘사랑이 뭐길래’, ‘모래시계’, MBC ‘허준’, KBS2 ‘젊은이의 양지’, MBC ‘그대 그리고 나’, MBC ‘아들과 딸’ 등 6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들이 모두 1990년대 방송됐다. 비록(?) 58.4%로 60%대에 들어가지 못해 9위에 그친 MBC ‘여명의 눈동자’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역사를 쓴 의미가 깊은 대작으로써 역시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이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상대적으로 영화인들이 파리채를 흔드는 횟수가 늘어날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안방극장에서 스타가 많이 나오고 드라마가 발전해갈수록 영화계의 동반발전이 시너지효과로 작용됐다.
한석규 전도연 최민식 김혜수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등 현재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대표적으로 안방극장을 ‘찍고’ 스크린에 ‘정착’한 케이스다.
당시는 지금과 반대로 배우로서 인기를 얻으면 음반 한 장쯤 내는 것은 훈장이자 기념비였다. ‘나를 잊지 말아요’를 히트시킨 김희애부터 장동건 이병헌 장혁 차태현 등 유명배우들이 앞을 다퉈 음반을 발표했고 이휘재의 경우 대부분의 개그맨들이 캐럴음반이나 코믹가요를 취입하는 것과 달리 당시 유행하던 댄스뮤직 정규음반을 내고 도전하기도 했다.
반대로 가수가 본격적으로 배우를 겸업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오래 전 조용필 김범룡 인순이 이은하 등이 영화에 출연하는 파격적인 ‘반란’을 시도한 적이 있긴 하지만 단발성에 그쳤고 그보다 전에 남진과 나훈아가 유이한 정도였다.
그 이유는 가수와 배우의 확연한 차이 때문이다. 대중이야 ‘그게 그거’, 즉 모두 연예인이란 한통속이 아니냐는 ‘속성’만 보겠지만 전문직으로서 자질과 기능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물론 예외는 있다. 김수철은 영화 ‘고래사냥’을 통해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시리즈에 거푸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뮤지션으로 되돌아와 한동안 영화음악에 몰두했다. 그는 배우를 꿈꾼 게 아니라 영화 자체를 사랑했다. 이후 그가 당시 음악에 수백만 원밖에 투자하지 않던 영화계에서 수천만 원의 자비를 들여 영화음악을 창작한 게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증거다.
모든 배우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배우는 비교적 늦은, 후천적인 영향과 깨달음으로 선택하지만 가수는 그에 비해 매우 일찍 진로를 결심하기 마련이다. 그건 타고난 재능 혹은 일찍부터 발현한 ‘끼’ 때문이다. 선천적인 음악성이 바탕에 깔려있는 이유다.
가수를 비롯한 뮤지션들은 물려받은 재능 이외에도 끊임없는 후천적 노력으로 인해 실력을 완성하지만 타고난 음악성이 부족하다면 그 실력은 한계에 부닥친다면 배우는 보기 드물게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노력과 시간이 연기력을 꾸준하게 상승시켜 ‘연기파’의 수준에 이르게 한다. 최민식과 이정재가 드라마 진출 초기 대표적인 ‘발연기’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게 증거다. 왜냐면 음악은 창조지만 연기는 모방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작가가 창조해낸 캐릭터를 얼마나 잘 흉내 내느냐에 연기력의 기준이 있는 이유다.
홍진영과 김강우는 아이돌로 출발했다. 조정민은 R&B로 시작했다. 장윤정은 성공 전 재연배우를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전에 발라드 장르를 추구했었다.
이렇듯 음악은 자신이 좋아한다고, 가창력이 뒷받침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음악성이 절대적이다. 그건 가창력과는 또 다른 각 장르별 해석력과 표현력 그리고 소화력이다. 자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이 하나같이 노후대책으로 연기나 예능을 선택하는 이유 역시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아이돌그룹 멤버와 연습생들이 꿈꾸는 것은 뮤지션이 아니라 스타다. 그렇기에 아이돌그룹의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들은 성공 후 작곡이나 악기 연주보다 연기연습에 더 매진하는 것이다.
태진아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고 노래 불렀다. 배우나 가수나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수는 분명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증명하고 있다.
SBS ‘K팝스타5’ 시즌 초 박진영과 양현석으로부터 혹평을 받고 탈락 위기에 처했던 싱어 송라이터 안예은은 지난 3일 방송에서 1, 2위를 가르는 결승전에 진출하며 박진영과 양현석의 사실상 ‘항복’을 이끌어냈다. 그건 기적이 아니라 타고난 음악성이 낳은 당연한 결과였다. 가수로서 가창력이 먼저냐, 음악성이 먼저냐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싱어 송라이터가 자신의 음악을 마음대로 잘 만들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점에선 분명 ‘그냥 가수’보다 월등한 것만큼은 맞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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